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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비아

양고기, 리비아의 별미

☜▩^^▩☞ 2009. 11. 7. 01:00

리비아에 들어온지 얼마 지나지 않아 회식이 있었다. 공사현장의 회식이란게 식당에서 먹을거리 쌓아놓고 하는 것도 맛이지만, 뭐니뭐니해도 야외에서 숯불에 고기 구워가며 떠들고 노래부르고 하는 게 훨씬 제격이다. 그렇담 리비아 야외회식의 주 메뉴는 무엇일까? 바로 양고기다. 소스를 바르거나 하는 게 아니라 소금으로 간만 맞춘 생고기.

양고기는 처음이었다. 워낙에 고기를 좋아하니 어떤 맛인지 분간하기도 전에 열심히 먹었지만, 확실히 지금까지 먹어온 고기와는 다른 맛이었다. 솔직히 처음엔 사람들이 왜 양고기에 열광하는 지 알수가 없었다. 돼지고기야 이슬람 국가라 구할 수 없다지만 괜찮은 쇠고기는 얼마든지 구할 수 있기 때문에, 처음 먹어보는 입맛으로는 아무래도 양고기보다야 쇠고기가 훨씬 맛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양고기... 먹으면 먹을수록 입안에 감겨들어온다.

양고기 회식. 야채와 고기 쌓아놓고 무알콜 맥주 마시면서...

양고기에선 약간 누린내가 난다고 하는 사람도 있다. 아마 기름이 많아서 그런 것 같은데, 돼지고기나 소고기의 기름과는 형태도 맛도 다르다. 좀 더 고소하다고나 할까. 그런데 많기는 많다. 그래서 양고기를 구워 먹을 땐 고기에 레몬라임을 뿌려 먹는다. 그럼 맛이 한결 산뜻하고 고기도 부드럽게 느껴진다.

사실, 양고기가 아무리 맛있다한들 최고급 쇠고기에 비하면 말도 안되는 소리다. 돼지고기가 쇠고기보다 맛있다고 하는 것과 같다. 물론 개인적으로 돼지고기를 더 좋아하는 사람은 그럴 수 있지만, 그런소릴 들을 때 마다 난 이렇게 말해왔다. '니가 아직 고기를 덜 먹어봐서 그래~' 의심된다면, 살치살(등심의 한 종류)을 구해다가 드셔보시기 바란다. 숯불에 아주 살짝 핏기만 가시게 구워서 입에 넣으면 아이스크림처럼 녹아내리면서 입안에 퍼지는 고기향의 하모니가 과연 이것이 쇠고기의 최고봉이구나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내가 쇠고기 예찬을 하자는 건 아니고, 고기에 대해 많이 아는 것도 아니다...^^; 깊이있게는 잘 모른다구요...)

다시 양고기 얘기로 돌아오자. 처음엔 이렇듯 한달에 한 번 있는 회식자리에서나 먹을 수 있는 고기였다. 그런데 조금씩 입맛을 붙이자 더 먹고싶은 생각이 났다. 알아보니 자위아(필자가 체류하는 지역)에 양고기집들이 모여있는 곳이 있단다. 그래서 결국 리비아에 온지 석달만에 양고기집으로 고기를 먹으러 외출했다.

양고기집. 깔끔한 식당을 기대했다면 대략 난감... 그냥 길가에 저렇게 고기 구워 판다. 마포의 고깃집들 마냥, 점잖은 식당보단 저런게 편해서 좋다.

처음 고깃집을 보는 사람은 살짝 놀랠것이다. 사진에서 보는 것처럼 절단된 양 반마리들이 주렁주렁 걸려있는게 그대로 보이니 말이다. kg에 16~17디나정도 하는데, 보는 앞에서 고기를 스~윽 잘라서 무게를 달고, 바로 토막토막 잘라서 구워준다. 굽기 직전에 간잽이(?)가 소금간을 하는데, 개인적인 생각으로 고기굽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이 아닌가 한다. ^^

해부학 책의 한 페이지가 아니다. 구이용 양의 절단면. 정육점에서는 kg에 12~15디나 정도 한다.

이렇게 고기를 구워서 준다. 고기집이 여럿 모여있어 저녁이면 연기가 자욱하다.

고기는 직접 구워먹는게 아니라 구워서 준다. 기름기가 많기 때문에 굽는 과정에서 연기가 엄청 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으리란 생각도 든다. 고기가 구워지길 기다리는 동안 빵과 소스를 주는데, 올리브기름과 여러가지 야채가 들어간 소스, 나름 맛있다. 아쉬운건 달랑 그렇게만 준다는 점이다. 빵, 소스, 고기, 레몬라임... 심심하니 맥주를 사다가 같이 먹긴 했지만, 푸짐한 야채와 쌈장, 마늘, 파무침이 생각나는 대목이다.

그런데 요샌 고기집으로 가서 먹지 않고, 구운고기를 사다가 숙소에서 먹는다. 구운 고기를 포장해서 식기 전에 잽싸게 날라다가 먹는 것이다. 나가는게 귀찮아서 그런 것은 아니고 사실은 술을 먹기 위해서다. 직접 담그기도 하고, 뒷거래로 아름아름 구하기도 하는데, 고기 먹으면서 술을 안먹으니 영 고기맛이 나질 않는거다. 술을 들고 나가서 먹을 순 없으니, 고기가 식더라도 고기를 날라다 먹을 수 밖에...

아마 집에 돌아가서도 다들 이 맛은 잊을 수 없을게다. 최고급 살치살이 부럽지 않은 리비아만의 양고기맛. 언젠가 다시 모여 양고기를 추억하자며 오늘도 입맛을 다신다.

고기를 기다리며...

고기 먹기 전에 내오는 빵과 소스. 소스는 올리브유에 올리브, 고추, 토마토 등 야채를 여러가지 갈아넣은 것이다. 짭짤하니 색다른 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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