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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비아

랩티스 마그나 (Leptis Magna)

☜▩^^▩☞ 2009. 11. 15. 01:00

리비아의 수도인 트리폴리를 중심으로 고대 로마의 도시가 셋 있는데, 트리폴리 그 자신과 동쪽의 랩티스 마그나(Leptis Magna), 서쪽의 사브라타(Sabratha)가 그들이다. 이 중 랩티스 마그나는 트리폴리 동쪽으로 해안을 따라 130km쯤 떨어진 곳에 있으며, 유적지는 쿰즈(al Khums)라는 도시의 동쪽 해안에 자리한다. 이곳은 1982년 사브라타와 함께 유네스코 세계유산(UNESCO World Heritage Site)으로 지정되었다.

출처 : 구글 맵
리비아의 서쪽 해안, 트리폴리타니아 지방의 지도. 왼쪽으로부터 사브라타(Sabratha), 트리폴리(Tripoli), 랩티스마그나(Leptis Magna)다.

랩티스 마그나는 다른 두 도시와 마찬가지로 페니키아(레바논 지역)인들에 의해 세워졌으며, 그 뒤 지중해의 패권국인 카르타고(튀니지 지역)의 영향력 하에 있었다가 다시 로마의 영토가 되었다. 랩티스 마그나는 한때 북아프리카에서 가장 번성한 주요 도시였는데, 이는 이곳(트리폴리타니아) 출신의 셉티미우스 세베루스(Septimius Severus)가 AD192년 로마의 황제로 등극하면서 이곳을 카르타고, 알렉산드리아와 함께 북아프리카에서 가장 큰 로마 도시로 만들면서부터다.

그러나 랩티스 마그나는 5세기 반달족의 침략과, 6세기 베르베르족, 7세기 아랍국의 잇단 침략을 겪으면서 나날이 쇠퇴해져 갔고, 7세기에서 8세기 경, 도시의 중심이 지금의 홈즈로 옮겨가면서 완전히 버려진 도시가 됐다. 역설적으로 그 덕분에 랩티스 마그나는 1,000년이 넘는 세월동안 모래 속에서 그 원형을 보존해, 현재는 지중해 연안에서 가장 아름다운 로마도시로 20세기 초 우리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내용출처 : 구글어스
좌측상단으로 가면 현재의 도시 쿰즈(Khums)다. 좌측 하단의 입구로부터 도시 전체의 대략적인 윤곽을 볼 수 있다. 가장 아래쪽이 목욕탕이며, 우측의 네모난 곳이 중앙광장인 세베루스 포럼. 사진 가운데쯤 원형극장이 보이고, 바닷가 쪽으론 항구가 자리한다. 주요 도로와 건물만 발굴해 일부 복원해놓았고, 도시 내부는 아직 흙더미 속에 묻혀있다. 

랩티스에 발을 들여놓으면 거대한 셉티미우스 세베루스의 개선문이 방문객을 맞이한다. 사방으로 뚫려있는 개선문에는 수많은 조각상과 부조가 있었는데, 이중 일부는 트리폴리 박물관에 모셔져 있단다. 이곳을 지나면서부터 마치 시간의 문을 지나듯 로마시대로 빨려들어간다.

셉티미우스 세베루스의 개선문. 도시 입구에서 관광객들을 맞이한다. 부조나 조각상이 많이 떨어져 나갔는데, 트리폴리의 국립박물관에 가면 만날 수 있다.

개선문으로부터 뻗은 도로 양 옆의 석축.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목욕탕 입구의 대리석 기둥. 주두 장식이 과거의 화려함을 아직도 간직하고 있는 듯 하다.

목욕탕의 입구. 거대한 기둥과 벽이 그 규모를 짐작케해준다. 입구 양 옆으론 로마시대 사교문화의 가장 핵심적(?) 장소였던 나란이 나란이 화장실이 있다.

안쪽으로 자리한 탕 또는 풀 

세베루스 포럼의 풀 파노라마. 고개를 살짝 왼쪽으로 돌리고 감상하시기 바란다. (또는 모니터를 오른쪽으로 돌리거나...)

광장은 전체가 거대한 벽으로 둘러쌓여 있으며, 그 안쪽으론 화려하게 장식된 열주가 자리한다. 기둥 하나하나에 사람 얼굴모양의 부조가 있으며 북쪽으로 세베루스의 포럼이 있고 남쪽으로는 신전터가 남아있다. 정리되지 않은 건물과 기둥의 잔해들이 광장에 덩그러니 놓여있는데, 사브라타에서도 느낀 점이지만, 좀 더 발굴하고 복원했으면 하는 바램이다.

포럼의 안쪽. 양옆의 열주가 건물의 자리였음을 말해주고 있으며, 그 크기에서 이곳의 규모를 짐작하게 해준다.

직접 올라가 만져볼 수도 있게 방치된 유적들. 관광객의 입장에서 좋다고 해야할 지 말아야할지...

포럼의 뒷쪽이다. 역시나 거대한 벽과 열주만 남아있다. 돌덩이 하나하나가 2,000년 전 도시의 영광스런 모습이자 지금은 버려진 잔해들이다.

항구쪽에 늘어선 기둥 잔해들. 많이 훼손되고 버려졌지만 너무 방치하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대로 중간에 만난 벽과 문의 흔적. 그 크기에서 도시의 규모를 짐작케 한다.

시장이 있던 자리란다. 북적이는 사람들 대신 차가운 돌의자에 앉은 관광객 뿐인 시장이다.

랩티스의 원형극장. 이젠 아무런 공연도 열리지 않지만, 오늘 밤에라도 펼쳐진 지중해를 수놓는 수많은 별빛의 하모니가 들려올 듯 하다.

극장에서 바라본 포럼의 모습. 그리고 2,000년전 도시의 흔적들...

랩티스를 바라보며, 사브라타에서도 같은 느낌이었다. 2,000년 전의 도시. 사람이 만든 도시는 사람이 꿈꾸는 유토피아의 현시다. 그 시대 사람들의 눈에 이곳은 오늘날의 두바이와도 같았으리라. 화려하고 웅장하며 거대한 최첨단의 문명을 뽐내는 곳. 모두가 아름답고 우아하며 영광스럽고 풍요로운 곳. 그러나 그런 환상은 이제 이처럼 돌무더기로 남아있다. 여기에 오늘 발을 들인 이방인들에게 도시의 흔적은 무엇을 말해주고 싶을까?

시간이 나면 한 번 더 가보기로 했다. 규모가 크다보니 제대로 느껴보지 못했단 생각에서다. 오늘 포스팅을 하면서 사진을 되짚어보니 그런 마음이 더욱 간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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