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lt & Shift 렌즈와 미니어처 효과

몇 년 전인가 강남대로에 있는 캐논 전시장에서 TS-E 렌즈란 놈을 처음 봤다. 특이하게 생긴 외모로 궁금증을 불러일으켜, 바로 사진을 전공한 친구에게 물어봤던 기억이 있다. 건물사진을 찍을 때, 광각카메라의 왜곡을 줄여주는 렌즈란다. 그땐 그냥 그런 특수한 렌즈가 있구나, 그런 용도로 쓰는구나 하고 말았다. 어차피 가격이 넘사벽이라 나하곤 거리가 있다고 각인했으나...

캐논의 Tilt & Shift Lens 렌즈의 각도를 돌리고, 옆으로 밀 수 있게 되어 있다.

보통 광각으로 건물사진을 찍으면 왼쪽처럼 나오지만, 이때 TS렌즈를 사용하면 오른쪽 사진을 얻을 수 있다. 왜곡을 왜곡시켜 바른 이미지를 얻는달까...

그런데 이 TS렌즈에는 아주 매력적이면서도 재미있는 기능이 있는데, 바로 미니어쳐 효과다. 화면에 왜곡을 주어 원근감을 줄여버리니 풍경사진이 마치 미니어처를 촬영한 듯 보이는 걸 말한다. 긴말 필요없이 영상을 한 번 보자~ 

유니클로의 Calendar Project 영상

Beautiful Time-Laps & Tilt-Shift Singapore

그래서 궁금해졌다. 원래 화상의 왜곡을 줄여주는 렌즈가 어떻게 이런 효과가 나는지... 영상을 자세히 보니 일반 영상과 다른 특징이 세 가지 정도로 요약된다.

1. Out Focusing
확연하게 구분되는 차이라 많은 사람들이 이 부분에 집중한다. 원경임에도 일부를 제외하곤 촛점이 날아가버린다. 일반 렌즈로는 구현할 수 없는 현상이다. 풍경은 모두 촛점거리 무한대 부근의 피사체들이라 근거리 촬영처럼 포커스를 날리기는 불가능하다. 실재 풍경이 아니라 미니어처로 만든 모형이라면 가능해진다. 그래서 일반 풍경사진에 미니어처 효과를 준다고 포토샵으로 블러 처리를 한다. 근데 해보면 알겠지만, 이것만으로는 미니어처 느낌이 많이 부족하다. 그 이유는 두번째에 있다.

2. Perspective Reducing
이 부분이 미니어처 효과의 핵심이라고 나는 단언한다. 우리가 눈으로 보는 모든 장면은 입체이기 때문에 원근감이 있다. 그런데 미니어처에서는 이런 원금감이 깨져버린다. 당연히 그럴것이 스케일을 줄여놨기 때문에. 100m 거리로 느껴져야 하는데, 실재론 10cm로 만들어놨으니 적절한 원근감이 느껴질 리 없다. 그래서 그걸 실재처럼 보이게 하기 위해선 카메라 앵글을 잘 잡거나, 실재 카메라까지 작게 만드는 방법 밖에 없다. 

건축모형 등을 촬영할 때 미니어처가 아닌 실재처럼 느껴지게 하기위해 핀홀카메라를 사용하는데, 피사체가 작으니 카메라도 작게 만들어서 미니어처 느낌을 상쇄하는 것이다.

3. Saturation
실재 풍경은 여러가지 영향으로 채도가 떨어진다. 정말 공기가 깨끗한 날 (시정이 좋은 날) 풍경을 보면 그렇지 않은 날에 비해 풍경의 색상이 정말 또렷하게 잡히는 걸 느낄 수 있는데, 미니어처의 경우에도 피사체와 카메라 간 간격이 작기 때문에 일반적인 풍경에서의 채도감소 효과가 나타나지 않아 실경에 비해 채도가 높게 나타난다. 그래서 반대로 미니어처 효과를 내기 위해서 화면의 채도를 높이는 것이다.

그래서 한 번 시험해보기로 했다. 나에게는 TS렌즈 대신에 위의 세 가지 효과를 줄 수 있는 포토샵이라는 강력한 툴이 있으므로 일반 사진을 조작하여 TS렌즈 효과를 내보기로 한 것이다. 마침 그때 일하고 있던 현장에서는 750ton Crane이 작업을 위해 이동하고 있었고, 나는 바로 뛰어나가 카메라로 사진을 찍어댔다~ 그리하여 완성한 영상이 아래

한장한장 찍어서 포토샵으로 효과를 준 후, 다시 이어붙여 만든 영상. 위의 전문가가 만든 영상에 비해 다소 어설퍼보일 수도 있지만, 나름 꽤 만족할만한 결과물이다. 전문적으로 TS렌즈를 사용하는 것도 아닌데 이정도면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