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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구, 쓰리쿠션의 세계에 빠지다

☜▩^^▩☞ 2017. 9. 12. 23:29


포켓당구의 여신 차유람의 뒤를 이은 쓰리쿠션의 여신 한주희

당구를 처음 접하게 된 건 스타크래프트와 함께 PC방이 널리 보급되기 전인 90년대 중반으로, 당구장이 웬만한 남학생의 필수코스처럼 여겨지던 때였다. 하지만 본격적으로 당구를 치던 건 세기말 나라가 어수선하던 시절, 나 역시 방황하던 때에 당구장에 적을 두고 살던 시기였다. 이때 속성으로 당구를 배워서 흔히 말하는 4구 점수로 250점 정도까지 쳤던 기억이 있다 (보통 당구 좀 친 친구들이 이정도 점수를 가진다). 그러다가 다시 당구에 취미를 두기 시작한 건 나이를 훌쩍 먹은 어느날 동네 당구장에 들렀다가 발견한 '국제식대대'와 그 벽면에 붙어있던 동호회 회원모집 광고 때문이었다.

'국제식대대'란게 뭐냐? 이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인기있는 당구 종목인 3쿠션 경기를 하기 위한 당구대 규격을 말하는 것으로, 그 크기가 약 1.4x2.8m정도 되는 당구대를 말한다. 당구장 좀 가본 사람은 알겠지만, 지금까지 국내 당구장에 보급되어 있는 대부분의 당구대는 이 '국제식대대'가 아닌 '국내식중대'(1.2x2.4m)다. 말하자면 좀 더 쉽고 저렴하게 당구를 즐길 수 있도록 보급한 것인데, 이것이 거꾸로 스포츠로서의 당구가 퍼지지 못한는 한계로도 작용했던 것이다. 우스개소리로 세계최고의 당구저변을 자랑하는 우리나라에서 (예전 이준으로) 세계적인 당구선수가 거의 없었던 게 바로 '국제식대대'가 보급되지 못했기 때문이란 얘기도 있었다.


대대전용 당구장의 모습

아무튼, 이제 동네 당구장에도 하나 둘 '국제식대대'가 보급되기 시작했고, 각 당구장 마다 '당구동호회'가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데다, 케이블TV에 당구전문 채널인 빌리아드TV까지 생겼다는 건 당구 저변이 이전보다 훨씬 더 확고하게 자리잡아 간다는 걸 의미하고, 또 진지한 취미이자 동호인 스포츠의 한 종목이기도 하다는 뜻이다. 나 역시 그런 동호인의 한 명으로서 당구를 시작해보자고 마음 먹었다.

자, 그럼 스포츠로서의 당구를 시작함에 있어 갖춰야할 첫번째는 무엇일까? 모든 기구를 이용한 스포츠가 그러하듯, 바로 가장 중요한 기구인 큐를 가지는 것이 난 그 첫걸음이라 생각했다. 개인큐! 당구를 즐기는 사람이라면 자기만의 멋진 큐를 가지고 그림같은 예술구를 구사하는 장면을 한 번쯤 상상해봤을 것이다. 그래서 그길로 인터넷검색을 통해 집에서 가까운 당구재료상을 찾아갔다. 가격대를 기준으로 적당한 개인큐를 골랐는데, 한밭사의 K44가 그렇게 나의 첫 개인큐가 되었다.


국내 대표적 큐 제작사인 한밭사의 보급형 개인큐인 K44

여기서 잠시 개인 당구용품의 핵심인 큐에 대해 좀 더 알아보자. 국내에서 가장 널리 사용되는 큐는 세계적으로도 유명(?)한 국산큐인 한밭(Hanbat)사의 플러스파이브(Plus Five)시리즈, 30점 이상의 고수들이라면 마치 필수품인듯 사용하는 일본 아담(Adam)사의 무사시(Musashi) 시리즈, 그리고 세계 쓰리쿠션 대회를 통해 우리나라에 알려져 점점 저변을 넓혀가고 있는 이탈리아 롱고니(Longoni)사의 5스타(5-Star) 시리즈 등이 대표적이다. 이 밖에도 수많은 메이커가 있고, 또 개인 공방에서 큐를 제작하는 곳도 있지만, 일일이 열거하긴 힘드니 생략. 세계적인 당구선수와 그들의 큐 사진을 몇 장 보자~


당구천재 스웨덴의 토브욘 브롬달(1962) 몰리나리 큐를 사용한다.


인간 줄자 네덜란드의 딕 야스퍼스(1965) 롱고니 큐를 사용한다.


당신(撞神)으로 불리는 벨기에의 프레드릭 쿠드롱(1968) 롱고니 큐를 사용한다.


당구계의 신사 스페인의 다니 산체스(1974) 아담 큐를 사용한다.

보통 위의 네 선수를 3쿠션 4대천왕으로 부르긴 하지만, 요즘 우리나라 선수들의 성적도 만만치가 않아서 점점 저들의 자리를 위협하고 있다. 2017년 세계랭킹만 보더라도 20권에 5명이나 있고, 30위권으로 넓히면 8명이나 있으니 그동안 쌓인 우리나라 당구저변의 힘이 아닐까? 사실 다른 스포츠에 비해 당구선수의 벌이가 비교도 안되긴 하겠지만, 크고작은 국내 대회가 부쩍 늘어난 요즘, 선수층도 두터워지고 동호인도 정말 많이 늘었음을 실감하게 된다. 

다른 류의 여가활동도 대부분 비슷한 함정에 빠지듯, 당구 역시도 실력이 안되면 '장비병'에 빠지기 마련, 비교적 저렴(?)한 큐로 시작한 나의 당구 동호인 활동도 얼마지나지 않아 더 좋은 큐를 물색하게 된다. 사실 여건이 된다면야 비싸고 뽀대(?)나는 큐를 가지고야 싶지만, 실력도 안되면서 값비싼 무사시 같은 큐를 꺼내는 것도 매우 민망한 상황이라 적절한 큐를 찾기가 힘들었는데, 그 때 마침 내 눈에 걸린 큐가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아담사의 무사시 아랫급 스탠다드 라인 중 디자인만 무사시스러웠던 아담 스탠다드 TT-3라는 큐였다.


무사시 인레인 모델인 2010 야마토와 같은 디자인의 TT-3라는 모델이다.

좀 더 좋은 큐를 물색하던 중, 수입큐를 전시판매하던 클럽에 구경차 들렸다가 디자인에 홀려 덜컥 구입한 큐다. 여기서 TT는 터키의 당구선수 타이푼 타스데미르의 약자로 국내에는 TT-1, TT-2와 같은 큐가 인기있는 디자인 중 하나였는데, 막상 실물을 보니 TT-3의 디자인은 가희 환상(?)적이었다. 흑단(에보니)을 베이스로 흰색 인레이와 화이트터키석 포인트가 특징으로, 그냥 인레이만 있는 모델보다는 확실히 멋지다. 그리고 상단(포어암)에 새겨져있는 아담 로고와 타이푼 타스데미르 글씨~ 가격은 같은 디자인의 무사시급에 비해 반 정도로 나름 합리적(?)이다. 

하지만, 디자인 만족도도 높고 겉보기에도 화려했던 이 큐가... 사실 사용하는 내내 실력에는 별 보탬이 안됐었는데, 그 때가 잠시 슬럼프였는지 아니면 큐가 나랑 안맞았던지, 때마침 기관지 건강 문제로 당구를 잠시 쉬게되면서 이 큐 역시도 다시 방출하게 된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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