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수미싱 직구기

가정용 미싱으로 자잘한 소품이나 가끔 만들던 중, 좀 더 본격적으로 (그리하여 나중엔 제품을 만들어 팔아보겠단 원대한 꿈도 꾸면서) 미싱을 해보고자 공업용미싱을 새로 구해보자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별 생각없이 공업용미싱을 알아보다 보니, 본봉만 필요한 게 아니라 오바록이나 자수미싱까지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게다가 문제는, 중고 본봉 공업용미싱은 가격이 그렇게 비싸지 않지만, 오바록이나 자수미싱은 가격도 엄청 사악하고... 그러다 점점 자수미싱이 마구마구 갖고싶어집니다. 가정용이긴 해도 기본미싱은 있으니 웬지 애들 소품에 이름도 막 새겨주고, 옷에 그림도 넣어주고~ 조그만 자수미싱 하나만 있으면 연습삼아 많은 것을 해볼 수 있겠다 상상의 나래를 펼쳐봅니다. 그래서 슬슬 자수미싱을 검색하기 시작했더랬죠~ 그런데, 이 자수미싱이라는 게 일단 가격이 가격인지라 선뜻 구입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우리나라 부라더에서 수입판매하고 있는 자수미싱은 정가 135만원의 LB6950이나 정가 158만원의 NV180 정도를 입문용으로 많이 추천하는데, 만만치 않은 가격이 ㅎㅎ

이렇게 매일 카페글 뒤지며 자수미싱에 대한 열망을 키우던 중, 미싱도 직구를 한다는 글을 보게 됩니다. 미싱이 크고 무거워서 운송비도 많이 나오고, 또 고장나면 AS도 잘 안될텐데, 직구해도 되나?라고 생각이 들었으나, 가격을 보니 그 모든 것이 납득이 되더군요. 위 사진의 모델은 앞서 예를 든 입문용 자수미싱들과 비슷한 기능의 자수전용미싱입니다. 미국 공홈의 정가는 무려 $399, 환율을 1200원으로 계산해도 48만원이 안되는 가격인데, 전용모델인걸 감안해도, 기능이 약간 떨어진다는 걸 감안해도 가격차이가 너무 심한거 아닌가? 게다가 Amazon에서는 22% 세일해서 $310.61(37만원)에 팔고있어서 앞뒤 안가리고 일단 주문을 해버렸습니다. 인생 뭐 있나요~ 일단 저지르고 보는거지!

아마존 구매화면

두근두근 주문 들어갑니다~

문제1. AS - 국내 공식 서비스센터에서는 AS가 안된다고 하나, 미싱이 자주 고장나는 물건이 아니며, 상대적으로 많이 팔리는 부라더는 사설 서비스센터도 있어서 직구미싱은 이쪽을 이용하면 된다는 말에 일단 AS 걱정은 나중에 하기로 합니다.

문제2. 교육 - 자수미싱은 결국 자수패턴이 있어야 하고, 또 자기만의 글씨를 쓰거나 디자인을 하려면 자수디자인 소프트웨어가 필요합니다. 부라더의 경우 PEDesign이란 프로그램이 있는데, 이게 또 기백만원...ㅠㅠ 그런데, 알아보니 PEDesign 말고도 좀더 저렴한 프로그램도 많이 있는데다, 조금 더 해외 사이트를 뒤져보니 구버전의 PEDesign을 매우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고 있다는 사실. 그리고 자수 패턴도 수만가지를 모아서 저렴하게 판매하고 있다는 사실. 그래서 저는 PEDesign 구버전을 헐값에 구매해 사용하기로 합니다. 이걸로 미싱이 올때까지 집에서 독학하기로~

 

미싱이 혹시 무거워서 배송비 많이 나올까봐, 저의 경우 해상운송인 현대해운 요걸루 배송대행을 이용했는데...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그냥 비행기 이용하는게 백번 낫다고 생각합니다. 시간도 너~무 오래 걸리는데다, 비용이 그렇게 싸지도 않아요 ㅠㅠ 총 비용은 아래와 같이 들었습니다. 총 구매비용 54만원에 배송은 1.5개월이 걸렸어요... (배를 태우기 위해 배대지를 캘리포니아로 했기 때문에, 아래 표에서처럼 세금+배송대행료가 8만원이나 나왔습니다. 비행기를 이용하더라도 세금이 없는 델라웨어 같은데로 보내면 2~3만원 더 드는 대신, 한달이나 일찍 받을 수 있으니 참고하세요~ 아마존 직배송도 조회해보니 60만원 정도라 큰 차이가 나지는 않았다는...^^a)

미싱구매	$310.61	약 372,732원
세금	$29.51	약 35,412원
배송대행		45,500원
통관		79,460원
국내배송		5,000원
합계		538,104원

아무튼, 오랜 기다림 끝에 미싱이 잘 도착했구요~ 집에 오자마자 이런저런 패턴 미싱으로 자수해보고, 뒤이어 딸래미가 그린 '조커' 그림을 스캔떠서 바로 자수로 옮겨봤습니다. 생각보다는 쉽게 되긴 하는데, 좀 더 퀄리티를 올리려면 포토샵이든 일러스트레이터든 좀 해야 할 것 같아요~ 아무튼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자수미싱 겟! 그래서 이렇게 글 남깁니다.

 

PS. 자수미싱으로 글씨 쓰기

자수미싱에는 기본적으로 영문과 일본어(부라더의 경우) 폰트밖에 없고, 한글은 글자로서는 지원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PE Design 같은 프로그램에서 글자를 쓰고, 이걸 그림으로 인식시켜야 하죠~ PE Design에서 한글 글자를 쓰는 건 일반적인 윈도우용 프로그램처럼 간단하니 어렵진 않구요~

정리하자면, 한글 글씨를 쓰기 위해선 프로그램이 꼭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정품 PE Design이 부담스러우신 분은 ebay 등을 통해 구버전 알아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