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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변잡기

김연아의 금메달 뒤에는

☜▩^^▩☞ 2010. 2. 27. 02:55


오늘 김연아 선수가 너무나도 감동스럽게 금메달을 목에 걸었습니다. 김연아 선수 뿐 아니라 코치, 안무가, 부모님, 스폰서 등 모두의 피땀어린 노력의 결과라고 할 수 있을겁니다. 물론 무엇보다 선수 본인의 노력과 열정이 가장 중요했음은 말할 것도 없겠죠. 그런데, 피겨스케이팅의 불모지와도 같던 우리나라에서 이런 기적과도 같은 일이 일어난 배경에는 사실, 그동안 하나 둘 전국에 들어선 실내 빙상장도 큰 역할을 했습니다.

겨울 논에 물을 얼려 스케이트를 타던 게 불과 얼마전인데요. 1990년대 들어서 전국의 지자체에서는 공설운동장이나 종합운동장과 같은 야외체육시설 대신 실내체육관을 건립하기 시작했습니다. 더불어 사계절 스케이팅이 가능한 빙상장도 건립되었죠. 1989년 말, 서울 목동에 들어선 목동아이스링크는 이런 빙상 인프라 구축의 시발점이 됩니다.


놀랍게도 결실은 곧 나타났습니다. 바로 쇼트트랙 말입니다. 공교롭게도 쇼트트랙은 스피드스케이팅과 같은 큰 경기장이 아니라, 피겨스케이팅이나 아이스하키 등을 할 수 있는 다목적 빙상장에서 할 수 있는 종목입니다. 물론, 생활체육 저변을 기반으로 차곡차곡 성과를 낸 것이 아니라, 일부 유망주를 집중 육성해 빠른 결과를 얻고자 하는 엘리트체육이었긴 하지만, 그래도 이를 계기로 '스케이트'의 저변이 그전보다 확대된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쇼트트랙의 성공이 자극제가 되어 우리나라가 연이어 도전한 것이 바로 여자피겨입니다. 이전까지 이렇다할 주목을 받지는 못했지만, 아시아계 선수들이 계속 성적을 내고있는 종목에 우리도 충분히 가능하단 판단을 한 것이죠. 게다가 쇼트트랙 덕분(쇼트트랙에 밀려 다른 종목은 찬밥신세였긴 해도)에 경기장도 더러 생겼습니다. 김연아 선수가 스케이트를 신을 무렵 우리나라는 김동성, 전이경과 같은 선수들이 동계올림픽에서 금매달을 따던 때죠.

아마도 1986년 아시안 게임을 기억하신다면, 당시 전국에 몰아친 탁구열기 역시도 기억하실겁니다. 동네 구석구석에 탁구장이 들어서고, 틈나는대로 탁구장에 몰려가 탁구를 쳤으니까요. 이번에도 동계올림픽 이후엔 너도나도 스케이트 한 번쯤 타보자고 할 겁니다. 더불어 전국 곳곳에 빙상장 건립도 많이 늘어날 것이구요. 이런 인프라의 보급이 스포츠를 유행이나 엘이트체육이 아닌 생활체육의 확대로 이어지길 기대해봅니다. 그래야 진정한 팬층이 형성되고, 성적지상주의에서 조금이나마 벗어날 수 있을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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