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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랍어의 숫자 표현, 아라비아 숫자 본문
리비아에 도착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휴대폰을 구입하기 위해 시내에 나갔는데, 처음 시내에서 발견한 광고판이 꽤 인상적이었다. 아랍어는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쓴다고 알고 있었기에, 상식적으로 보면 53%란 수치가 좀 이상해 그 숫자가 53%인지 35%인지 의아했기 때문이다.
광고의 내용은 같은 091 끼리 친구로 등록하면 통화료를 35% 깎아준다는 내용이다. 물론 이 사실도 한참 후에서야 안 것이지만... |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위의 예에서 그 의미는 35%고 여전히 쓰기는 오른쪽부터 '5,3,%'로 쓴다. 일 단위를 먼저 쓰고 십 단위를 나중에 쓰는 것이다. 그래서 읽을 때도 아랍어는 '오 삼십 퍼센트'가 된다. (그렇지만 백 단위 이상 올라가면 읽는 순서가 백, 일, 십이 된다. 쓸 때는 사람마다 제각각이고, 이런 혼란 때문인지 리비아 사람들은 계산을 잘 못한다.) 그나마 우리에게 다행인 것은, 숫자는 숫자 그대로 읽어주면 된다는 점이다.
المتوقع عند الولادة من 63.141592 سنة عام 1993 إلى 70.4140 سنة 위 문장을 마우스로 드래그해보기 바란다. 숫자부분에서 반대로 드래그 되는 것을 경험할 것이다. 왼쪽부터 드래그하면 문장 뒤부터 긁는 것이므로 숫자 부분에서는 오른쪽부터 긁어지게 된다. |
아라비아 사람들은 예로부터 무역과 거래에 능하고, 숫자도 아라비아에서 전해진 것인데 왜 이런 혼란이 초래됐을까? 그 이유는 아라비아 숫자의 유래에서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우리가 지금 쓰고 있는 숫자는 인도에서 아라비아 지역을 거쳐 유럽으로 전해진 것으로 우리가 쓰는 아라비아 숫자와 실재 아랍어의 아라비아 숫자는 모양이 좀 다르다. 아랍 사람들은 둘 다 사용하며, 아래 표는 각각의 모양을 비교한 것이다.
표의 두 번째 줄이 힌두문자의 영향을 받은, 현재 아랍어에 쓰이는 숫자다. 아라비아 숫자가 전래되기 이전의 유럽(로마)은 로마숫자를 사용했는데 1202를 로마자로 표기하면 ‘MCCII’다. |
아랍 지역에 인도로 부터 숫자의 표기법이 전래됐을 때, 숫자는 주로 학자들에 의해 다루어 졌다. 즉, 수학의 기호체계 중 일부로서 왼쪽의 수가 그 오른쪽 수의 열 배에 해당한다는 표시였다. (십진법을 말한다) 글자의 쓰는 방향과는 무관했던 것이다. 이것이 일반에까지 점차 확산되면서, 글을 읽는 순서대로 읽히면서 일 단위를 먼저 읽고 십 단위를 나중에 읽는 독특한 형태로 굳어지게 된 것이다. (당시 일반에는 100 이상의 큰 수를 다룰 일이 없었다)
참고로, 르네상스 시대 이전까지만 해도 서구문명의 중심은 아랍 세계였다. 이슬람의 영향으로 인본주의 사상이 아랍세계에 널리 퍼졌으며, 중국과 인도로부터 수입된 문물이 아랍을 거쳐 유럽으로 전파됐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당시 첨단 학문인 수학과 천문학도 아랍권에서 발전해 유럽으로 전파됐는데, 피보나치 수열로 잘 알려진 이탈리아의 수학자 레오나르도 피보나치도 젊은 시절 알제리 등지에서 수학을 공부해 유럽에 아라비아 숫자를 소개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당시의 아랍권은 지중해 연안을 따라 북아프리카와 스페인 지역까지가 그 영향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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