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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비아 모터쇼 본문
어제는 리비아에 와서 처음으로 모터쇼에 다녀왔습니다. 리비아에서는 일년에 두어 차례 모터쇼가 열리는데, 리비아의 자동차 시장이 작은 만큼 규모도 초라하고 내용도 부실하지만, 그래도 리비아에 머무는 동안 한 번쯤은 가봐야겠다는 생각에 사람들을 꼬드겨 길을 나섰습니다.
트리폴리 시내에는 연중 각종 무역전시회가 있는 박람회장이 있습니다. 헌데 이 박람회장은 모터쇼를 열기에는 조건이 안맞는지 전시장은 트리폴리 시내에서 동쪽으로 10km쯤 떨어져 있는 미티가(Mitiga)공항의 격납고에서 열렸습니다.(모터쇼는 항상 이곳에서 열리더군요) 이곳은 리비아 혁명 전까지 미군이 사용하던 곳이며, 미국과 마찰을 빚던 시기에는 폭격을 당하기도 했던 우여곡절 많은 공항입니다. 현재는 트리폴리의 두 번째 공항으로, 활용도가 높지는 않은 곳입니다.
전시장 중앙을 차지하고 있는 폭스바겐과 아우디 부스 |
일단, 입장은 무료였습니다. 아마 돈 내고 들어갔으면 굉장히 억울했을 것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전시 참가업체들이 모두 현지의 자동차 수입업체들인데다, 업체 수도 몇 되지 않기 때문에 컨셉카 같은 건 기대도 할 수 없고, 신차라고 해도 판매되는 차가 전부였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또한 레이싱걸도 없었죠. 이슬람 국가이기 때문에 성을 상품화 한다는 건 상상도 못할 일이기 때문입니다.
입구에는 알파로메오와 현대차의 부스가 있었습니다. 구형 베르나와 그랜저, 투싼(구형), 제네시스 등이 눈에 띤 반면, 거리에 기아차가 많이 보이는 것에 비해 전시차가 한 대도 없어 좀 아쉬웠습니다. 한편 전시장 내부의 가장 큰 면적은 폭스바겐 그룹에서 차지했는데, 한쪽의 폭스바겐과 반대편의 아우디입니다.
폭스바겐은 벽면에 대형 로고 현수막까지 내걸었습니다. 아마도 자동차회사의 지원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
마쯔다와 볼보 수입사인듯 합니다. 홈페이지 배너에 마쯔다가 메인으로 있었는데, 실재 시장 점유율도 꽤 되는 듯 합니다. |
폭스바겐에서는 여러가지의 구형과 신형 모델을 전시했는데, 시로코와 신형 GTI가 눈에 띠더군요.
골프와 같이 데뷰했던 시로코. 좀 더 잘달리는 골프라고나 할까요. 우리나라에서도 판매되는 지 모르겠습니다. |
신형 골프 GTI. |
한쪽엔 부품과 소재업체의 전시도 작게나마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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랜드로버의 구형 모델인데 리비아에서 생산하는 라이선스 모델입니다. 아무래도 국토의 대부분이 사막이기 때문에 승용차보다는 4륜구동의 이런 클래식한 모델들이 훨씬 어울린다는 생각입니다. 실재로도 옛날 동물의 왕국에서나 봤음직한 모델들을 종종 볼 수 있습니다.
내용 |
격납고 밖 야외 전시장에는 버스와 트럭, 올드카 전시도 있었습니다. 트럭이나 중장비류는 건설박람회에서 훨씬 다양한 기종과 품목들을 볼 수 있었기 때문에 구색맞추기 식으로 가져다 놓은 게 아닌가 합니다.
격납고 앞 계류장에 버스와 트럭 등을 전시하고 있습니다. |
메르세데스와 캐딜락 등 클래식카 십여대가 또한 전시 중입니다. |
한 쪽에 카트장도 마련돼 있었지만, 운영하고 있지는 않았습니다. 대신 전시장 안쪽에 카트는 한 대 전시하고 있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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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비아의 자동차 시장은 아프리카에서 꽤 큰 편에 속합니다. 신차와 신차급 중고차 부분에서 더욱 그렇지요. 시내에 나가보면 자동차 딜러도, 길에 돌아다니는 새 차도 부쩍 많아진 걸 느낄 수 있습니다. 개방이 가속화되면서 평균 국민소득도 높아지고, 부유층의 수입도 많아진 복합적인 요인이라고 생각됩니다.
한국차의 비중도 갈수록 높아지고 있습니다. 특히 10년이 넘은 차들을 제외하면 그 비중이 더욱 커집니다. 근래들어 현대기아차가 꽤 약진했기 때문입니다. 국내에선 현대기아란 회사가 썩 맘에 안들지만, 이곳에선 볼수록 뿌듯해지는 게 저도 어쩔 수 없는 대한민국 사람인가 봅니다.
하지만 그렇게 좋아할 일만도 아닙니다. 10년 이상된 차들을 보면 일본차의 비중이 굉장히 높습니다. 그 말은 일본차의 독무대였던 이곳을 한국차가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잠식해 들어왔단 말이 되죠. 앞으로 더 노력하지 않는다면 10년 후에는 지금의 한국차 자리를 중국이나 인도업체가 차지하고 있을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잘 나간다고 생각될 때 더 신경써주길 바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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