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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비아

아모라 그랜드모스크 (Amora Grand Mosque)

☜▩^^▩☞ 2009. 11. 4. 01:00

묻지마 버스 투어 2탄

모라 그랜드 모스크. 이 모스크를 찾아낸 건 관광안내서도 아니오 웹사이트도 아니었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트리폴리에서 가장 높았던 파타 타워(Burj al Fatah)에 올라 트리폴리 시내를 전망하다가 찾아냈 것이다. 멀리 너무나도 거대한 첨탑(미나렛)이 보여 언젠가 찾아가보리라 마음 먹었었다. 물론 당장 길을 나서긴 했지만, 이름도 모르고 동네도 몰랐던 탓에 그 방향으로 걸어가다가 다음을 기약하며 돌아온 적이 있다. 한참을 걸어갔는데도 불구하고 아직 그 만큼이 남아있음을 알고 중도 포기하고 말았던 것이다. 더군다나 육안으로 식별한 첨탑은 아직 공사중...

그러나 기회는 머지않아 찾아왔다. 바로 두 번째 묻지마 버스 투어에서였다. 두 번째는 첫 번째의 실패(?)를 거울삼아 서쪽(자위아 방향)이 아닌 동쪽으로 출발할게 확실시 되는 버스에 올라탔다. 행선지를 물으니 '샤르기아(Sharqyia)'란다. 물론 어딘진 모른다.

이번엔 우리 의도대로 버스가 계속해서 낯선 거리를 누빈다. 그런데 가만보니 지난번 모스크를 찾아갈때 걸었던 방향이랑 비슷한게 아닌가. 잘하면 모스크로 갈 수도 있겠다 생각했다. 하지만 비슷하게 가던 버스는 이내 큰길에서 벗어나더니 상대적으로 서민층의 주거지역으로 보이는 곳에 들어선다. 그 동네가 샤르기아였다. 

리폴리에서도 가장 서민들이 사는 동네. 건물이며 골목들이 매우 조밀하게 붙어있어 구글어스로 보면 집들이 구분되지 않고 동네 전체가 한 덩어리로 보이는 지역이다. 인구 구성도 흑인이나 동남아계로 보이는 사람들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내려서 찬찬히 걸어다니며 살펴보진 못했지만, 차창 밖으로 보이는 풍경은 조그만 구멍가게와 허름한 이발소, 길거리에 내놓은 좌판, 좁은 거리에 비해 많은 사람들과, 골목골목 뛰어노는 아이들로 영락없는 도시 뒷골목 주택가의 풍경이다. 그와 함께 간간히 조그만 아파트 단지도 보이는 게 아마 이곳도 점차로 재개발이 되는 듯 했다. (아닌게 아니라 2009년 하반기, 샤르기아의 일부가 재개발로 철거된 상태다)

아파트 단지의 맨 끝 동. 주위에 파랑고무나무(야생풀꽃들과의 대화, 링크참고)가 심어져 있다.

오래지 않아 버스는 종점에 도착했다. 종점 부근엔 새로 입주한 듯한 고층(9층) 아파트 단지가 하나 있었다. 오호라, 동료 건축쟁이들 좋은 먹잇감을 찾은 들개마냥 아파트 단지로 다가간다. 선뜻 건물 안으로는 못 들어가고 (들어가려 해도 아파트 공동현관이 굳게 닫혀있었다) 단지 안을 어슬렁거리며 마감이나 창호상세, 단지 생김 등을 빠짐없이 카메라에 담는다. 이것만으로도 오늘의 답사는 성공적.

아가는 버스에서 사람들을 또 꼬여내기 시작했다. 오면서 보니 지난 번 봤던 그 모스크 근처로 지나오더라. 우리 가는길에 모스크도 한번 찾아가보자. 꼬득꼬득...ㅋㅋ 오늘도 성공! 

그래서 중간에 내려 모스크를 향해 걸었다. 다행히 예상대로 얼마 지나지 않아 모스크에 당도할 수 있었다. 과연, 아직 공사중이지만 그 규모가 예사롭지 않다. 리비아에서 가장 큰, 그래서 가장 대표적인 모스크가 될것같은 모습으로 당당하게 자태를 뽐낸다. 밖을 돌면서 사진을 찍다가 우린 현장으로 들어가보기로 했다. 담을 넘자는 건 아니고, 공사관계자든 누구든 잘 부탁하면 내부를 구경을 할 수도 있지않을까 했다. 출입구 안쪽을 보니 경비원인 듯한 남자가 있어 말을 걸었다. 

공사중인 모스크. 이 근처는 빈아쉬르로 여기도 잘사는 동네 축에 속한다.

"실례합니다. 저희 구경 좀 하려고 왔는데..."
"미스터 리?"
"어!"(어라 저 자슥이 내 이름을 어떻게 알고...)

갑자기 따라 들어오란다. 내가 올 줄 알고 기다렸다는 건지 어떤건지, 영문을 몰랐지만 일단 따라 들어갔다. 그런데, 놀랍게도 현장 책임자의 이름이 '리', 한국인이였다. 그리고 더욱 놀라운 사실은 이 모스크를 발견했던 날, 파타 타워에서 만났던 분이었단 사실. 그날 전망대에서 내려오던 길에 한국인 한 분을 만나 서로 간단히 인사를 나눴는데, 내 복장이 특이했는지 이분이 나를 알아본 것이다. (전통복장을 입고 있었다. 모자가 달린 두루마기 스타일의 긴 원피스로 무늬는 모로코 스타일)

"어이구, 여기까지 찾아오셨어요?"
"아 ^^ 네..."(모르고 찾아왔지만 알고 온 척)
"아직 저희 현장이 준비중이라... 일단 이쪽으로 앉으시죠"

모스크 내부 공사중인 사진.

덕분에 차도 한 잔 얻어마시고, 모스크 현황에 대해 간단히 설명도 듣고, 더불어 내부를 살짝 둘러보기도 했다. 몇년 전 터키 건설업체에서 골조공사를 완료했고, 내외장 공사는 한국업체에서 수주해 지금 한창 준비중이란다. 워낙 중요한 건물이다보니 카다피 직속의 건설위원회 같은게 꾸려져있고, 내외장 전부 수공으로 공들여 지을 예정. 첨탑의 높이는 99미터로 리비아 최고이고, 중앙홀의 규모도 굉장하다. (조심스러워 사진은 찍지 말라고 하셨으나, 몰래몰래 찍어두었다) 메인 돔은 알루미늄 반사판넬로 마감하고 조명을 통해 빛나는 모스크를 연출할 계획이란다. 언제쯤 완공될 지 정확하진 않지만, 꽤 근사한 모스크가 될 것임은 분명해 보였다. 그때쯤 다시 리비아에 올 수 있을까?

오늘은 묻지마 관광의 로또당첨이었다. 본래의 목적이었던 도시 구경과 더불어, 아파트 단지에 모스크까지 그물이 찢어질만큼 어획량이 풍성했기 때문이다. 이 덕에 오늘까지 묻지마 관광이 이어질 수 있지 않았을까?

출처 : 구글어스
오늘의 투어 루트. 아래쪽이 전부 샤르기아다. 가운데 약간 위쪽의 파란 점이 아모라 그랜드 모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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