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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비아

두바이 보너스 관광 - 신기루같던 도시의 단상

☜▩^^▩☞ 2009. 11. 12. 01:00

험난한 귀국길 3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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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 공항 터미널은 현재까지 세계에서 가장 면적이 넓은 건물이다. 150만㎡ (45만평)으로 인천공항의 세 배에 달한다. 어마어마한 규모인데다 모든 시설이 24시간 운영되니, 적자없이 잘 유지될지 궁금할 지경이다. 뭐 내가 운영하는 것도 아니지만...

그 구조가 약간 내 관심을 끄는데, 밖으로 보이는 터미널은 탑승동 뿐이고 출입국을 위한 시설은 모두 지하에 있기 때문이다. 비행기들이 서있는 계류장 아래에, 그것도 3개층 정도 되니 20m는 족히 되보이는 규모로 말이다. 해서 공항건물 밖으로 빠져나오면 지하다. 하지만 거대한 썬큰가든(건물 주위에 땅을 파서 지하층과 연계되도록 만든 정원)이라 주변을 벗어나기 전까진 그 사실을 잘 인지하지 못한다.

입국장을 나온 모습, 윗층은 출국장이고 왼쪽 처마선 쯤이 지상이다. 우측 건물의 옥상은 모두 비행기 계류장.

그런데, 두바이의 여름날씨. 사람이 살 수 있을만한 날씨가 아니다. 열대지방 어딜가나 이정도는 되겠지만, 40도를 넘나드는 기온에 바닷가라 습도 또한 엄청나다. 거짓말 안보태고도 밖에 1분이상 있기가 고역이다. 어떻게 이런 곳이 이처럼 주목받는 도시가 된 것인지...

항을 빠져나와 호텔 셔틀버스를 타고 밀레니엄 에어포트 호텔(에미리트항공 소유로 보인다)로 이동했다. 비행기 시각이 다음날 새벽 3시이기 때문에 호텔에서 두 시간 점 쯤 출발할 수 있게 해준단다. 식권도 주는데 세 끼에 야식까지 부페를 이용할 수 있고, 모두 무료 제공이다. ^^ 일단 아침을 먹고 오전은 쉬기로 했다.

워낙 시달린 탓이라 잠을 청하긴 했지만, 낯선 여행지에서 낯선 세상에 대한 호기심으로 가득찬 마음에 쉽게 잠이 오진 않았다. 그래도 서너시간 정도 눈을 붙이고 일어나 두바이 시내 훑기에 나섰다.

아무런 준비도 없이 맞닥드렸기 때문에 일단 지도부터 확보하고, 가장 먼저 가야할 곳으로 찍은 건 어쩜 당연하게도 세계 최고의 높이를 자랑한다는 버즈 두바이. 택시를 잡아탔는데 동남아 지역 출신으로 보이는 이 기사양반, 버즈 두바이는 알아도 어디로 가야할 지는 잘 모른다. (하긴, 아직 완공된 건물이 아니니... 두바이몰로 들어가면 잘 볼 수 있다는 걸 우리도 몰랐다) 일단 사진을 찍을 수 있을 정도의 거리에 내려 사진부터 찍었다.

다시 잡아탄 택시는 뭘 좀 아는 양반이었다. 우릴 딱 보더니 자기가 시내 곳곳의 사진 포인트 몇 군데를 휙 둘러줄 수 있단다. 요금은 그냥 미터기 요금만 내면 된다고... 해서 그야말로 수박 겉핥기 두바이 관광을 시작했다.

날씨탓에 대부분의 사진은 이렇게 택시 안에서...^^; 아무래도 두바이는 겨울에 가야할 것 같다.

버즈알아랍호텔, OO리조트, 팜아일랜드, OO호텔, 두바이마리나 등등. 택시기사가 일러준 곳에 도착하면 내려서 사진찍고 다시 얼른 택시에 올라타고. 얼른 택시로 돌아갈 수 밖에 없었던건 그놈의 날씨 때문이었다. 뜨거우면서도 푹푹찌는 참기힘든 더운바람. 냉방시설이 없는 곳에서는 도저히 지낼 수 없게 만드는 날씨였다.

이렇게 두 시간 가량 몸을 맡긴 겉핥기 투어는 에미리츠몰을 종착역으로 했다. 규모면에서는 두바이몰이 최고라지만, 스키두바이가 있는 에미리츠몰을 가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헌데 쇼핑몰에 도착한 순간 우리는 수많은 인파에 놀라고 말았다. 시내를 돌아다니는 내내 건물들이나 거리는 두바이의 명성에 비해 너무나도 한산했는데, 쇼핑몰은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뤘기 때문이다.

아하, 밖은 더우니 다들 이렇게 안에만 짱박혀 노는구나...

도시생활에 익숙한 때문인지, 개인적으론 이런 거대 쇼핑몰을 굉장히 좋아한다. 전공이 전공인지라 건물 자체도 좋아하는데다, 사람들 북적이고 온갖 재미있는 상품들도 넘쳐나는 공간이 호기심을 무한대로 자극하기 때문이다. 쇼핑몰은 두바이가 어떤 곳인지를 그대로 보여주는 것 같다. 세상의 모든 상품을 다 모아놓은 듯한 규모며 구색이며 방대함까지.

개인적으로 가장 맘에 들었던 샾은 스키두바이 쪽으로 자리한 스포츠용품 전문점이었다. 그 자체로도 커다란 슈퍼마켓 정도인데, 일반적인 스포츠 용품과 의류에서부터 스키, 보드, 스쿠바, 카누나 카약, MTB, 캠핑, 온갖 자질구레한 용품과 브랜드에 이르기 까지 상당히 전문적으로 갖춰논 매장이었다.

에미리츠몰 내부. 두 시간 정도 훑어봤는데 이제 중앙 아뜨리움이란다. 크다!

런데 그렇게 몇 시간을 돌아다니면서 보니, 두바이의 사회구성이 확연히 드러나 보인다. 상점의 종업원들, 몰의 청소원들, 거리의 택시기사들 모두가 인도나 동남아 출신의 외국인 노동자들이었던 것. 도시를 유지하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모든 인프라를 값싼 외국인 노동자들로 채우고, 두바이 사람들과 관광객들은 서비스를 소비하며 향유하는, 현대 자본주의의 가장 평화롭고 안정된 모델로 보인 것이다. 마치 만화나 소설속에 등장하는 미래사회처럼.

너도 사장이고 나도 사장이다. 가게의 모든 상품은 수입해 들여오고, 일하는 점원들 역시 모두 인건비가 적게드는 외국인 노동자들이다. 외국의 관광객들과 투자자들이 몰려들어와 물건을 사고, 집을 사고, 돈을 쓰고, 투자를 한다. 그렇게 번 돈으로 난 옆 가게에서 돈을 쓰고, 옆 가게 사장은 우리 가게에서 돈을 쓴다. 두바이 사람들 누구나, 그리고 돈있는 외국인 누구나 즐기며 향유하는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자본주의의 파라다이스일까?

오늘날의 자본주의는 철저히 돈으로 신분을 가른다. 아무도 그것을 강요하거나 세습하지 않지만, 조용하고도 잔인하게 사회곳곳에서 사람들은 차별당한다. 그리고 어느새 나라와 나라 사이에도 차별의 경계선이 그어졌다. 그들은 날때부터 부유한 선진국의 시민이며, 그들은 날때부터 가난한 노동자의 나라 사람이다. 숙소로 돌아가기 위해 쇼핑몰 정문으로 나서니 온갖 고급 승용차들이 즐비하다.


발레파킹구역이다. 둘러보니 제일 많은게 아우디 R8이나 벤틀리다. 롤즈에 페라리, 람보는 물론이고. 닛산GTR은 여기서 처음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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