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취미 그리고 잡설

험난한 귀국길 1편 본문

리비아

험난한 귀국길 1편

☜▩^^▩☞ 2009. 11. 10. 01:00

해 7월까지 에미리트 항공의 리비아행 비행기는 튀니지까지 같이 운행했다. 월수금은 튀니지를 먼저 들렸고, 화목토는 리비아를 먼저 들리는 식이다. 여기서 부터 나의 여름휴가는 좌충우돌 꼬이기 시작했다. 동료 둘과 함께 휴가를 떠나는데, 출발일이 목요일이라 튀니지를 들려 두바이로 가는 일정이었고, 동료들과 표를 따로 예매한 탓에 가는 내내 혼자 앉아서 가야했기 때문이다.

때는 지난 7월이었다. 한국을 떠난지 7개월만에 휴가를 얻은 것이다. 리비아는 입국할 때도 비자가 필요하지만, 출국할 때도 비자가 필요한 나라다. 우리 같은 외국인 근로자에 대해 세금을 징수하기 위한 수단으로 보인다. 그래서 다시 입국할 때 또 비자를 받아야 하는 번거로움을 피하기 위해 재입국비자를 받아 휴가를 가게 됐다. 유효기간이 한 달이라 기간 내에 출국했다가 다시 입국해야 한다. (다시 입국까지 해야한다는 건 사실 이때까진 몰랐다) 어쨌든 이런저런 이유로 하루라도 빨리 한국에 가고싶은 마음에 비자가 나왔다는 소식을 접하자 마자 바로 다음날 떠나는 비행기표를 구입하기에 이르렀다. (동료 둘은 나보다 먼저 비자가 나와 표도 먼저 예매한 상태였다. 겨우겨우 나도 같은 날로 맞출 수 있었다)

그런데 문제는 룰루랄라 리비아를 빠져나가기 위해 공항에 이르렀을 때 티켓팅을 하면서 부터 발생하기 시작했다. 이 시각 비행기 이륙 한 시간 전이었다. (트리폴리 공항은 규모도 작고 절차도 단순해서 수속에 시간이 얼마 걸리지 않는다) 순조롭게 수화물처리하고 티켓팅을 하나 싶었는데 갑자기 다른 직원이 허겁지겁 오더니... '$@#%@$%#$@%$#' 영어로 말하란 말이야. ㅡㅡ;; '잉글리쉬 프리즈~'

앞서 말했다시피 이날은 목요일로 우리가 탈 비행기는 트리폴리를 출발해 튀니지를 들렸다가 다시 두바이로 돌아가는 여정이다. 두바이 도착시간이 새벽 1시경으로, 두 시간정도 기다려 3시에 출발하는 한국행 비행기를 타는 순서다. 그런데 이 직원의 말이, '중요한 사람이 타야, 오늘 비행기에 문제가, 그리스로 간다, 두바이를 가지 않고' 뭐 이런 횡설수설을 하는거다. 난데없이 그리스는 왜 간다는 말인지. 계속해서 이어진 대화내용이다.

"무슨 말이니? 니 얘기는 잘 못알아듣겠고, 한국으로 가는 표나 줘."
"내가 다른 비행기를 알아봐주께."
"왜 다른 비행기가 필요한데? 어서 비행기표나 줘."
"아테네에서 두바이로 갔다가, 다시 홍콩을 거쳐 한국으로 가는 비행기가 있으니까 그걸 타라."
"무슨 얘기니? 아테네랑 홍콩을 왜 가는데?"

사실 우리가 잘못 알아들은 부분도 있었을꺼다. 그렇지만 이 자슥 더이상 설명을 못하고 탑승권을 두 장 건넨다. 최종목적지는 홍콩이다.

"이게 뭐니? 한국으로 가는 표를 줘!"
"그걸 타면 한국으로 갈 수 있어."
"우리가 왜 홍콩으로 가는데? 홍콩으론 안간다니까."

실갱이를 좀 했다.

"맘에 안들어? 그럼 다시 내놔."

그러더니 보는 앞에서 표를 찢어버린다. 이런 황당한 일이.

"오늘 비행기는 없으니까 돌아가."
"뭐야? 여길 보라고 우린 분명히 예약을 했어."

여행사에서 예매한 e-ticket을 내밀었다.

"그건 여행사에 가서 알아보라고, 난 몰라."
"너 상급자가 누구야? 어디있어?"
"저 위에 있으니까 가 보던가."

뒤에 기다리는 사람도 많고 해서 이 직원하고는 더이상 해결이 불가능할 것으로 판단, 일단 알려준대로 2층 에미리트 항공 사무실을 찾아갔다. 하지만 뭔가 제대로된 상황설명을 기대하고 올라간 사무실엔 아무 관계없는 듯한 직원만 한 명 앉아있고, 남은 시간은 45분. 상황설명을 조금 시도하다 다시 카운터로 내려갔다.

"이봐, 그러지 말고 우리 표를 좀 줘."

이때, 좀 더 상급자인듯한 사람이 다가온다.

"왜 그러는데?"
"@#*&@#&$@#&*^@#*"
"이봐, 비행기 탈꺼야?"
"당연하지."
"그럼 이거라도 가져가."

홍콩을 경유해 한국으로 들어가는 여정을 보여준다. 생각할 시간이 너무 짧았다.

"ㅠㅠ 그래, 그거라도 줘!"

비아를 일단 벗어나서 보자는 마음에 승락을 했다. 만약 오늘 비행기를 타지 못한다면 내일은 금요일이라 여행사나 항공사 모두 쉴테고 토요일도 쉴 가능성이 있으니 빨라야 일요일. 표를 다시 예약하고 하다보면 일주일 정도가 지체될 수도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문제가 더 발생. 일행들과 따로 표를 예매했던 나는 아직 수속이 안 된 것이다. 이때 시각 비행기 출발 30분 전.

"이봐! 나도 줘."
"넌 또 뭐야?"
"플리즈~"

잠깐 쳐다보더니 뭔가 뚝뚝뚝 조회. 그러더니 표를 훅 던져준다. 내 탑승권은 두 장이 아니라 두바이행 달랑 한 장.

"어, 왜 난 이거 하나야?"
"일단 그거 가지고 타. 두바이에서 처리해줄꺼야."

시간이 없는 관계로 생각할 겨를도 없이 출국장으로 뛰어 들어갔다. 출국심사대에 대기인원이 수백명은 되는 듯.

"저기요, 저희가 시간이..."
"줄 서!"
"네. (깨갱~)"

15분이 소요됐다. 비행기 출발 15분 전. 정말 뭐가뭔지도 모르게 비행기로 뛰어갔다. 트리폴리 공항에 면세점이란게 있는 지도 모르는채 말이다. 다행히도 아직 승객을 태우고 있었다. 아마도 우리가 마지막 승객이리라. 우리 같은 문제가 더러 있었던 것 같다. 예정시각보다 30분이나 늦게서야 비행기는 움직이기 시작했다.

튀니지의 튜니스. 오며가며 세 번이나 들렀다. 내리진 못하고 ㅡㅡ;

행기는 원래 예정대로 튀니지로 갔다. 한 시간 정도 머물면서 튀니지행 승객들은 내리고, 청소부들이 들어와 기내 청소도 하고 승무원도 교체한다. 리비아로 올 때도 그랬지만, 우린 목적지가 다르기 때문에 비행기에서 내리지도 못하고 기다려야 했다. 지루한 시간이 지나고 다시 튀니지를 이륙하면서 안내방송이 나온다. 비행기는 다음 목적지인 아테네로 간단다. '정말 그리스로 가는구나, 무슨 일일까?' 아닌게 아니라 비행기 안에는 승객이 눈에 띠게 줄어 한 열에 거의 한두명만 남았다. '한국인 승무원이라도 있다면 좋겠는데', 동양인 승무원이 몇 보인다. 일단 승무원을 불러보자. 그런데, 옆자리의 중국 승객이 먼저 승무원을 부르더니 항의하기 시작했다. 이 양반 불만도 참 많지, 계속해서 다른 승무원 불러가며 한참을 얘기하는 통에 난 잠자코 기다려야 했다.

비행경로를 보여주는 모니터에 비행기는 이태리의 시칠리 상공을 지난다. '섬 참 이쁘네~' 창 밖을 보며 기다리는 수 밖에. 어차피 비행기는 두바이로 갈테니까. 옆자리 중국아저씨는 다행히 이제 지쳤는지 다른 자리로 가 누워버렸다. 그 사이 다른 좌석에 앉은 동료들이 한국인 승무원을 찾았단다. '휴, 다행이다.'

사정은 이랬다. 두바이를 출발한 비행기에서 갑자기 부기장이 아파서 교체해야 했다고 한다. 그렇더라도 리비아에서 바로 돌아간다면 두바이로 갔을테지만, 튀니지를 들려야 하기 때문에 대체인력이 다른 비행기 편으로 아테네로 출발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일정을 변경해 아테네에 들려 부기장을 교체한다는 것. 결과적으로 두바이에는 예정보다 두 시간 정도 늦게 도착하고 우린 한국행 비행기를 탈 수 없게 된 상황이다. 뭐, 두바이에서 잘 처리될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하고 있으니 걱정하진 말란다.

그렇게해서 난생처음 비행기에서 그리스땅을 밟아봤다. 해질무렵의 아테네를 창밖으로나마 감상할 수 있었던 것. 한국으로 잘 돌아가기만 한다면, 덕분에 아테네 구경도 하고... 이것도 나쁜 경험은 아닐것이란 생각을 하고 있었지만, 이날의 사건은 이게 끝이 아니었다. 아직 갈 길이 멀다.



반응형

'리비아' 카테고리의 다른 글

두바이 보너스 관광 - 신기루같던 도시의 단상  (9) 2009.11.12
험난한 귀국길 2편  (4) 2009.11.11
리비아의 먹거리  (13) 2009.11.09
가리안 (Gharyan)  (2) 2009.11.08
양고기, 리비아의 별미  (10) 2009.11.07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