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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비아

험난한 귀국길 2편

☜▩^^▩☞ 2009. 11. 11.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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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 3시를 조금 넘어서(한국행 비행기가 이미 출발할 시각 즈음) 두바이에 도착했다. 기내에서 설명 들은대로 공항에서는 한국, 일본, 중국 승객들을 따로 불러모은다. 아마 셋 모두 비슷한 문제를 겪는 것 같았다. 환승층의 대기실에서 커피와 간단한 다과를 주면서 손님들을 진정시킨다. 그리고는 한 팀씩 불러 다음 비행기를 안내하고 일본인 승객들에겐 호텔 숙박권도 나눠준다.

한국인 승객은 우리 뿐이라 조금 더 기다렸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내 이름을 호명한다. 일본인 승객들과 마찬가지로 내게도 다음날 비행기 탑승권과 호텔 숙박권을 하나 준다. (한국행 비행기는 하루에 한 편 뿐이라 꼬박 하루를 기다려야 한다) 그런데 여기서 문제 발생. 다른 두 명의 이름은 호출하지 않는거다.

"저, 두 명 더 있는데"
"글쎄요, 저희 명단엔 이제 남아있는 분이 없는데, 표 좀 보여주실래요?"

탑승권을 건넸다. 몇 군데 전화를 하더니 죠~쪽 창구로 가보란다. 그래서 가리키는 곳으로 찾아갔다.

"이차저차해서 저기서 여기로 가보라고 해 찾아왔는데요."

또 몇 군데 전화를 하더니, 또 조오~쪽으로 가란다. 터미널 가운데쯤 중앙 티켓팅 창구로. 그래서 또 그쪽으로 찾아갔다. 아마 밤중에 운영하는 창구인 듯 했다.

"이차저차해서 이러저러했고, 저기서 죠기로, 다시 여기로 가라더라~"
"승객은 오른쪽 끝 창구로 가셔야 합니다. 거기서 처리해줄꺼예요."

이 시점부터 지치기 시작한다. 오른쪽 끝 창구는 문제처리 창구인 듯 했다. 우리 앞에도 몇 팀 있었는데 한 팀당 처리 시간이 족히 10~20분씩 걸린다. 한참을 기다려 겨우 우리 차례.

"이차저차해서 이러저러...... 그래서 왔어요."

컴퓨터 화면으로 뭔가를 조회하더니

"왼쪽 끝에 비지니스석 창구로 가보세요."

확 집어던질 뻔 했다. '니네 자꾸 이렇게 할래? 벌써 몇 번을 옮겨다니게 하는 거냐고?'란 말을 꾹 참으며 시키는 대로 또 갔다.

'아! 영어 공부좀 열심히 해둘껄. 안그래도 답답한데 의사소통도 먹먹하니...ㅠㅠ'

정은 이렇단다. 나를 제외한 일행 두 명은 홍콩행 비행기를 예약했으니 그걸타고 홍콩으로 갔다가, 다시 제휴 항공사인 케세이퍼시픽(홍콩 항공사다)을 타고 한국으로 가면 된단다. 홍콩행 비행기는 7시경에 출발하니 2시간 기다리면 되고(이때가 도착한 지 두시간쯤 지나 5시 쯤이었다), 홍콩에 도착해서 다시 서너시간 기다려 한국행 비행기를 타면 한국시각 내일 아침 6시 언저리에 한국에 도착한단 설명이다. 이런 젠장, 완전 웬종일 비행기만 타는구나. (튀니지, 아테네, 두바이, 홍콩, 인천이라...이렇게 갈 경우 비행기에서 보내는 시간만 도합 24시간이 넘는다)

'어떻게 할까?' 잠시 숙의에 들어갔다. 내 비행기를 변경해 같이 홍콩행 여정에 동참할 것인가, 아니면 둘의 여정을 변경해 하루를 기다릴 것인가. 홍콩행은 장단점이 모두 있는데, 단점은 꾀나 고생스러운 일정이란 것이고 장점은 한국에 10시간 정도 일찍 들어간단 점이다.

그때 갑자기 직원이 한마디 던진다.

"근데, 홍콩행 비행기에 좌석이 없네요."
"네?"

뭐시라? 그럼 홍콩가는 이 탑승권은 뭐란 말인가?

"그럼 내일 한국가는 비행기 좌석은 있나요?"
"잠시만요... 어쩌죠? 그것도 꽉 찼네요."

뭐냐 이거. 다행히 내 좌석은 있었지만, 동행 둘의 좌석은 어디에도 구할 수가 없단다. 이때부턴 긴급상황이다.

"아니, 그럼 우린 어떻하란 말입니까, 뭐라도 어떻게 해주세요."

우린 생떼아닌 생떼를 써야 했다. '홍콩도 못가고 내일 한국도 못간다니 어쩌란 말인가'

뒤에 차례를 기다리던 '진짜' 비지니스 승객이 오래 기다렸다고 항의한다. 잠시 자리를 비켜줬지만, 우린 계속 옆에서 떼를 썼다. 그게 효과를 발휘한 것일까. 잠시후 좀 더 상급자인 듯한 아랍인 직원이 다가왔다. 우린 애처로운 표정을 지으며 그를 쳐다봤다. 둘이 뭔가를 속닥이더니,

"처리해 드릴게요, 내일 인천행 비행기로 바꿔드리면 되죠?"
"네! (겨우 살았단 목소리로)"
"잠시만 기다리세요."

그러부터 정확히 20분이 걸렸다. 수화물 처리반에 몇 번을 전화해서 일단 홍콩행 비행기에서 수화물을 빼내오고, 캐세이퍼시픽에 연락해서 홍콩발 인천행 비행기 좌석 취소하고, 다시 내일 두바이발 인천행 비행기에 자리 확보하고 (이 부분은 쫌 수상하다. 아깐 없다고 해놓고는), 마지막으로 호텔에 쉴 수 있게 호텔방 잡아주고. ^^ 우린 연신 고맙다는 말을 하면서 창구를 빠져 나왔다. 손에는 에미리트 항공에서 쥐어준 호텔 숙박권과 내일 두바이발 인천행 비행기 탑승권을 들고서 말이다.

입국장을 빠져나오는 우리 일행 두 사람. 살았다 ^^;

기까지 정말 우여곡절이었지만, 어쨌든 아픈 부기장과 어설픈 트리폴리 공항의 담당자 덕에 하루 동안의 두바이 관광을 손에 넣었다. 긴장이 풀리니 피곤이 몰려온다. 입국심사대에서 임시비자를 받고 바로 호텔로 고고. 기나긴 귀국길은 이제 어려운 고비를 모두 넘기고 아랍에미리트 두바이 땅에 발을 들여놓았다. '휴우~ 혼자 왔으면 어떻게할 뻔 했냐고~, 이래서 비싸도 직항편 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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