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취미 그리고 잡설
도쿄 자전거 여행 네번째 본문
네 번째 이야기는 여행 마지막날, 새벽부터 찾아간 츠키지(築地)시장의 스시다이(寿司大)! 이젠 너무 유명해져서 먹고 싶어도 먹을 수 없는 스시집이죠. 이곳의 스시가 이렇게 유명하게 된 건 사실 초밥 맛이 월등해서라기 보단, 이정도 수준의 스시가 시내에선 보통 몇만엔 수준인데 이곳에선 단돈 4천엔에 맛 볼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한마디로 가성비가 갑이란 얘기죠 (하지만 기다리는 시간 생각하면 가성비가 좋다고만도 할 수 없는데...) 게다가 도쿄 밤도깨비 여행의 필수코스처럼 사람들이 몰려들면서 오히려 일본 현지인들보다 한국이나 중국 관광객들에게 너무나도 유명해져 버린 게 아닌가 합니다.
하지만! 남들 다 가본다는 스시집, 이럴 때 아니면 언제 가보리~ 우리에겐 자전거가 있기 때문에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사람들에 비해 조금 더 일찍 츠키지 시장에 도착할 수 있겠단 얄팍한 계산에 스시다이를 가보기로 용기를 내봅니다. ㅎㅎ 물론 숙소가 근처에 있는 관광객이나, 새벽부터 택시를 타고 가는 관광객들도 있겠지만, 사람들이 몰려드는 건 전철 첫 차가 다니기 시작하는 4시 후반이란 생각에 4시 반 정도에 도착하는 것이 기다리는 시간을 최소화할 수 있는 최적의 타이밍이라 생각한 것이죠~
근데 왜이렇게 일본의 유명한 식당들은 몇 시간씩 기다려야 밥을 먹을 수 있는 것인가? 대부분의 다른 집들도 그렇지만 그 이유는 바로 좌석수가 적고 회전이 느리기 때문입니다. 이곳 스시다이의 경우도 좌석이 11석(?) 정도고, 1회전에 45~50분 정도 걸리기 때문에, 앞에 22명 있으면 거의 두 시간을 기다려야 한다는 뜻이되죠~ 그게 싫으면 1등으로 도착해야 하는데, 소문에 의하면 그러려면 3시에는 가야하고, 영업개시가 5시이기 때문에 2시간 기다려야 한다는 점은 똑같죠~ 저의 경우는 4시 15분 쯤 도착했는데 3번째 타임에 들어갔으니 2시간반 넘게 기다린 결과가 됐습니다. 한 2~30분 늦게 갔어도 결과는 같았을 듯 (예상대로 5시 전후로 줄 서는 사람이 부쩍 늘더군요). 참고로 기다리는 시간을 줄이려면 바로 옆 다이와스시(大和寿司)를 가는 것도 한 방편이라 생각합니다. 가게가 더 커서 회전이 훨씬 빠르고 맛 차이도 크지 않을 듯~
드디어 입성한 스시다이. 세 분의 주방장이 스시를 쥐어주고 있었습니다. 4천엔짜리 메뉴는 총 11종의 스시를 주고, 마지막으로 원하는 스시를 하나 더 주는데, 참치나 성게알 같은 것도 맛있었지만, 저는 정어리가 가장 맛있어서 마지막으로 정어리를 한 점 더 먹었습니다. 등푸른생선 초밥이 맛있는 쪽이 웬지 더 생선 잘 고르는 집 같이 보여서랄까~ 이곳 스시다이에는 제 주변에 유명한 일화가 있는데, 원래 초밥을 안먹던 한 지인이 도쿄에 밤도깨비 여행을 왔다가, 새벽에 다들 츠키지 시장에 가길래 따라가서 먹을 게 이것 밖에 없길래 같이 스시다이 스시를 먹었는데 (먹다 비리면 밥만 먹자는 심정으로)... 이 맛에 반해 그 뒤로 스시 매니아가 됐다는 믿기힘든 얘기가 ㅎㅎ
다 먹고 뿌듯한 마음으로 밖에 나와보니 줄 서 있는 사람이 더 늘어서 40명쯤~ 10시나 11시 정도면 아마도 오늘 손님은 마감할 듯 싶습니다.
아침에 서둘러 오느라 (그리고 가게들도 문을 열기 전이라) 지나친 시장을 둘러봅니다.
스시집 몇몇에만 관심이 집중되서 그렇지, 이곳이 시장이다 보니 사실 스시 말고도 먹거리가 굉장히 많이 있습니다. 특히 어시장 옆이라 어묵이나 튀김류 대박
이렇게 아침 일정을 마치고 자전거를 반납한 후, 오후 집에가는 비행기를 타기 전까지 평소 일정에 쫓겨 가보기 힘들었던 마이너한 장소 몇 곳을 가볍게 둘러봤습니다. 그 첫번째는 신주쿠 근처의 시계소매상들~ 평소 시계에 대한 관심도 많았던지라 대표적인 중고명품 상점인 코메효(コメ兵)도 들러보고 Chrono24 사이트에 가격 경쟁력 있는 매물이 자주 올라오는 마이워치(아래 사진) 매장도 들려봤습니다.
길 가다 만난 올드카, 토요타 랜드크루저 J80
두 번째 찾아간 곳은 와세다(早稲田)대학교인데, 그동안 도쿄에 여러번 오면서 도쿄대는 가봤어도 와세다는 못가봐서...는 아니고, 아래 사진의 꼬마열차 토덴(都電)을 타보기 위해서입니다. 도쿄 같은 대도시에 이런 전차가 남아있다는 게 좀 신기하기도 하고, 교토(京都)에 가면 타볼 수 있는 란덴(嵐電)과도 유사해서 한 번 쯤 꼭 타보고 싶었던 전차입니다.
와세다역 방면으로 가면서 열차 안에서 찍은 타임랩스 영상입니다. 교차로에서 차량 신호 받아가며 땡땡땡 가는 게 참 귀엽운 전차입니다.
이렇게 짧은 일정을 마치고 이제 스카이라이너를 타고 나리타(成田)로~
ICOCA 카드(오사카 지역에서 판매하는 교통카드)를 집에 두고 가는 바람에 구입한 SUICA 카드(도쿄 지역에서 판매하는 교통카드)와 자전거 대여카드 등, 일본에서 교통관련 카드만 이제 세 장이 되었네요~ 카드 마다 남아있는 잔액 쓰려면 일본에 한 번 더 가야 하는데 ㅎㅎ 이상으로 도쿄 자전거 여행기를 마칩니다. 자전거를 타고 돌아다녀보니 대중교통만 이용할 때 보다 소소하지만 훨씬 더 다양한 도쿄의 모습들을 볼 수 있는 여행이었지 않나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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