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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비아

리비아의 인터넷, 말로만 듯던 위성 인터넷

☜▩^^▩☞ 2009. 10. 18. 01:00

리비아로 떠나오기 전, 나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가장 궁금해했던 게 인터넷이 '되느냐, 안되느냐'였다. 보통 대답은 '되긴 된다'였기에 뭐 어떻게든 되겠군 하는 생각으로 왔다. 그런데 막상 닥치고 보니 문제가 좀 심각하다. 정말 되긴 되는데, 속도가 형편없는 것이다. (그러나 당신이 리비아로 떠날 예정이라면, 너무 걱정하진 마시라. 이처럼 블로그도 쓰고 있지 않은가?)

듣기로 전화선이 있는 곳에서는 ADSL 서비스가 가능하단다. 그러나 앞 글에서 언급했듯이 유선전화가 설치되어 있는 곳은 드물고, 리비아의 비지니스 특성상 뭔가 신청하면 상당기간 기다려야 한다. 더구나 필자가 가는 곳은 건설현장이라 전화선 같은 건 애초에 기대도 할 수 없다. 다행히 필자의 현장엔 위성 인터넷이 설치돼 있었는데, 위성 인터넷... 상당히 거창하게 들리는 단어다.

실재로도 거창하다. 대한민국에선 상상도 못할 일이지만, 10 kB/s도 안나오는 속도에 요금이 월 250 디나(25 만원)다. 그것도 1년치를 한꺼번에 계산하고 설치비도 따로 내야 한다. 인터넷 한 번 쓰려면 수 백 만원이 필요하다.

헌데 위성 인터넷이란 개념이 선뜻 이해되지 않는다. 방송이야 신호를 받기만 하면 되지만, 인터넷은 신호를 주고 받아야 하는 데, 위성은 너무 멀리 있기 때문에 신호를 보내려면 '강력한' 전파를 쏠 수 있는 '거대한' 안테나가 필요하지 않을까? 예상과 달리 '강력한' 전파는 거대한 접시가 만들어내는 게 아니라, 극도로 짧은 주파수가 만들어 낸다는 걸 나중에야 알았다. 어차피 하늘에 있기 때문에 멀어도 그냥 가는 거다.

바로 이런 안테나를 상상했다. 이정도면 초초초초초고속 인터넷이 가능할 것 같다.

다행히(?) 실재로는 이런 안테나가 있다. TV용 안테나보다는 크지만(120cm) 거대하진 않다. 송신도 해야하기 때문에 꼭지엔 방송카메라 같은 게 달려있고, 선도 두 개다.

인터넷의 품질을 보자. 사실 돈을 더 많이 내면 더 빠른 인터넷을 쓸 수도 있다. 회선 수나 속도가 한정되있고, 그걸 다시 여럿으로 나눠서 쓰기 때문에 속도가 안나온단다. 여기저기 알아보니 지금 필자가 쓰고 있는 인터넷은 '100k/25k 1:5'로 추정된다. 풀어서 쓰면, 회선자체의 최고속도는 다운로드 12 kB/s, 업로드 3 kB/s 이며 5명이 이 채널을 공유한다는 말이다. 아하! 이걸 사무실에서 다시 십 수 명이 나눠 쓰니 낮 시간에 인터넷이 될 턱이 있나.

그래서 낮에는 인터넷 사용이 많이 힘들다. 더구나 한국사람들이 많은 곳에선 더욱 그렇다. 그리고 종종 접속이 끊어지기 때문에 대용량 파일을 주고 받을 땐 지장이 많다. (그래도 리비아는 날씨가 좋아 기상의 영향은 덜 받는다. 다만, 모래바람이 심한 날은 인터넷도 영향을 받는다)

이쯤에서 통신위성이 궁금해진다. 이곳 현장에서는 총 세 개의 위성 인터넷을 사용하는데, 안테나의 방향을 보면 셋이 다 제각각이다. 주변에 나라가 많으니 위성도 많은가 보다. 이 지역은 이런 상업적 통신위성이 상당히 많단다. 주로 위성방송과 인터넷을 같이 서비스 하는데, 위성 하나에 통신 장치를 수 십 개 달아서 방송용으로, 인터넷용으로 또 통신용으로 사용하는 식이다.

우리나라에도 통신위성이 있는데 바로 무궁화위성이다. 아리랑위성도 있는데 이는 관측용 위성이다. 한 번 쏘아 올리려면 돈도 많이 드는데 왜 따로따로 만들었나 했는데, 통신위성은 왔다갔다 하지 않고 한자리에 가만히 있어야 중계 역할을 할 수 있고, 관측위성은 빨빨거리고 돌아다녀야 더 많은 지역을 정찰(?)한단다. 그리고, 통신위성이 가만히 있는 곳이 이름하여 '정지궤도(Geostationary Orbit)'다.

이 정지궤도란 건 말 그대로 우주 어딘가에 떡하니 정지해 움직이지 않는 건 아니다. 지구와 같은 속도로 돌기 때문에 지구에서 볼 때 정지한 것처럼 보여서 정지궤도라 일컫는 것이다. 지구 주위를 하루에 딱 한 바퀴만 도는데, 한 바퀴를 돌더라도 어떤 방향으로 도는지가 중요하다. 적도 상공에서 지구가 도는 방향으로 돌아야 정지위성이 될 수 있다. (적도면이 아니거나 방향이 다르면 같은 시각에 같은 자리를 통과하는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거리는 지상에서 36,000km라고 한다)

출처 : Wikipedia by Brandir
정지위성의 개념을 설명하는 그림. 지상의 관찰자에겐 언제나 같은 자리에 있는 것으로 보이게 된다.

반대로 태양동기궤도라는 것도 있는데, 남북방향으로 낮과 밤의 경계선을 따라 도는 궤도를 말한다. 이 궤도는 태양이 항상 같은 방향에 있어서 인공위성에 충전(?)하기가 좋다고 한다. 정지궤도처럼 36,000km 거리에 있으면 하루에 한바퀴만 돌고 그보다 낮게 있으면 더 빨리 돈다. 모두 태양동기궤도라 부른다. (아리랑 위성은 이 궤도를 따라 하루에 14바퀴 돈단다. 바쁘다!)

어쨌거나 통신위성이 쓸 수 있는 공간은 정지궤도로 한정돼 있기 때문에 국제적으로도 서로 먼저 차지하기 위해 경쟁이 치열하다는데, 특히 이곳 아프리카 상공(동경 30 도에서 서경 10도 사이)은 유럽과 아프리카, 중동 국가들이 밀집돼 있어 아무도 관심 갖지 않는 태평양 상공에 비해 인공위성 밀도가 굉장히 높다고 한다. 우리나라(동경 125도 부근)도 사정이 넉넉한 건 아니라서 일본이나 중국 위성들 틈으로 쏘아 올리거나, 좀 더 한적한 태평양으로 쏘아 올린다고 한다. 정지궤도에 통신위성들이 바글바글 모여 수다를 떨고 있는 장면이 상상된다.

궤도 때문에 적도 상공에 모여있긴 하지만, 위성마다 '표적'이 있기 때문에 다른 정지위성의 신호를 수신하는 건 맘대로 되지 않는다. 이를테면 유럽을 대상으로 한 방송위성은 아프리카에서 수신하기 힘들단 말이다. 유럽의 위성방송을 좀 볼까 했더니 안타깝다.

출처 : Astra
유럽의 방송위성인 Astra의 전파수신범위. 지도를 자세히 보면, 리비아의 트리폴리 부근도 수신범위에 들어가긴 한다. 대신 더 큰 접시가 필요하다. 숙소의 TV는 ArabSet의 위성신호를 받는다. 포스트를 따로 쓰겠지만, 이름처럼 아랍어 방송만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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