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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자 트리폴리로, 무단외출 2편 본문

리비아

가자 트리폴리로, 무단외출 2편

☜▩^^▩☞ 2009. 10. 22. 01:00

2009년 1월 2일

휴일(금요일)을 맞이하여 아침 일찍 트리폴리로 나들이 가기로 했다. 1편에 비해 두 명이 늘어 오늘은 다섯 명. 익히 배운 방법대로 길가에서 지나가는 차를 잡아타고 자위아 시내까지 가려는데, 문제가 생겼다. 다섯 명이라 한 차에 탈 수는 없고, 둘로 나눠야 했기 때문이다. 말이 안 통하니 똑같이 자위아 시내로 간다곤 해도 서로 엉뚱한 곳으로 갈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유일하게 아는 지명 '꼬브리'로 가기로 했다.

꼬브리는 사실 지중해를 가기 위해 숙소를 나섰을 때 탔던 차의 기사가, 우리가 연신 자위아를 외칠 때 우리에게 던진 단어였다. 그래서 아마도 우리가 내렸던 곳이 꼬브리 아니겠나 하는 예상으로 선택한 것이다. 만약 예상했던 장소가 아니라면 차에서 내려 큰길(트리폴리로 통하는 간선도로)을 찾고 서로 전화를 하기로 했다.

나중에 안 것이지만, 꼬브리는 우리말로 굴다리 쯤 되는 단어였다. 또는 '굴레방다리'라고도 하고, 그 자체로 하나의 지명이기도 하다. 자위아엔 고가도로가 총 세 곳 있는데, 트리폴리에서 오다 보면 자위아 시내와 만나는 지점에 하나, 시내가 끝나는 지점에 하나, 그리고 화력발전소 들어가는 길에 하나다. 그 중 두 번째 굴다리를 꼬브리라 부르며, 굴다리 밑에 로터리(원형 교차로)도 있는 자위아에서 가장 큰 교차로다.

얼마 후 다행히 기대했던 대로 모두 꼬브리에 도착했다. 교차로 한 켠에 보니 승합택시들이 줄지어 서 있는게 보인다. 트리폴리 간다고 하고 차에 올랐다. 얼마 안 있어 정원이 모두 차자 기사는 호객꾼에게 1 디나 정도를 쥐어주고는 차를 출발시킨다. 아마 그런 식으로 자릿세를 받나보다...

머릿속에서 잠시 승합택시 운전의 벌이를 계산해 본다.
편도 13.75 - 1.0 (자릿세) - 1.0 (기름값)... 10디나는 벌겠군. 하루 열번이면 100디나, 한달이면 3,000디나... 오, 괜찮은데! 우리 운전기사가 월급 500 디난데, 거의 최고 연봉이군~

사실 이때까지는 금요일 오전에 시내 나가봐야 볼 게 없다는 걸 몰랐다. 대부분의 가게들이 문을 안 여는데다 사람도 거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1시간이 채 안돼서 우린 트리폴리에 도착했고, 일단 바다를 보기위해 바닷가로 갔다.

택시에서 내려 지중해로 향하던 중 통과해간 Al Fateh Tower. 당시만 해도 트리폴리에서 가장 높은 빌딩이었다. 꼭데기는 전망대 겸 회전 레스토랑이다. 근데 금요일이라 건물은 전체 OFF!!

아! 지중해 바다~

사실 세 명은 어제도 지중해 바다를 봤으므로, 다른 사람들을 재촉해 바다보고 넋놓기를 서둘러 마치고 해안을 따라 메디나 쪽으로 갓다. 메디나를 끼고 트리폴리 항에 다다랐을 때, 우리 눈 앞엔 '유적'이 하나 나타났는데, 이건 뭐 뭐가 있는 지 예습이라도 하고 나왔어야지...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아치(Arch of Marcus Aurelius)다.

30만화소 폰카사진이다. 나중에라도 사진을 찍었어야 하는데, 가진 사진이라곤 이것뿐이니 양해 바란다. 로마에 가면 더 멋진 유적들이 많겠지만, 나름 볼만하다.

복습하면서 알아낸 거지만, 옛날 로마시대인 서기 163년, 황제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에게 헌납하는 기념물로 지어졌다고 한다. 지금으로부터 1800년 쯤 전에 이곳 사람들이 말이다. 180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이 도시를 스쳐갔을 수많은 여행객 중 오늘 나도 포함되는구나... 우리 말고도 관광객이 두 명 더 있었는데 스페인에서 온 아줌마들이었다.

근데, 아치를 가만히 보니 그 자리가 주변 골목보다 2~3m정도 낮다. 설마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길 한가운데 세웠을 아치를 땅밑에 만들었을 리 없고, 아마도 그때의 도시는 저 아래에 있었을 것이다. 시간이 흐르면서 새로운 정복자들이 그 위에 새로운 도시를 건설하고, 또 다음 세대들이 새 도시를 건설한 역사가 지금의 위치까지 흙더미를 쌓아올린 것이 아닌가 한다. 그렇다면 지금 사람들이 살아가는 메디나의 발 아래엔 이 도시를 세운 기원전 페니키아 사람들의 흔적까지 묻혀있지 않을까?

이날의 이동경로!
1. 승합택시에서 내렸다.
2. 글에는 등장 안하지만, 개 시장 (아마 금요일 오전에만 하는 듯)
3.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아치
4. 케밥 사먹은 가게. 케밥이 0.5~0.75 디나다. 싸다. 그만큼 맛 없다.
5. 공동묘지. 여긴 왜 들어갔을까?

이 날은 별다른 예습도 안하고 나간 관계로 발 닿는 대로 하루 왼종일 걸어다녔다. 그래도 그 덕분에 알아낸 것 몇 가지는 '금요일 오전엔 가게도 없고 사람들도 없다', '시내 한가운데 공동묘지가 있고, 이곳 사람들도 매장문화며, 묘비를 세우는 구나', '길바닥에서 구할 수 있는 음식은 케밥, 싸고 맛없다' 머 이정도였다. ㅡㅡ; 그리고 얻은 건 무지하게 힘든 다리와 발바닥!

아참, 이날 이렇게 돌아다니고도 차비로 4 디나, 식비로 1 디나, 음료수 및 간식으로 1 디나 정도 썼으니, 도합 6천원. 기본적인 물가는 좀 싼 듯 하다. 아님 내가 너무 배낭여행스러웠거나~

PS

귀가길에 우리는 아무 생각없이 종점이 아닌 길가에서 승합택시를 잡아타고 자위아로 왔다. 그 뒤로도 한 번 더 그런 짓(?)을 했는데 무척 운이 좋았던 거다. 보통 택시들이 종점에서 사람을 꽉 채우지 않으면 출발하지 않기 때문에, 트리폴리에서 출발할땐 무조건 종점으로 가야한다.

한번은 똑같은 지점에서, '왜 아무도 우릴 안태워줄까? 우리가 외국인이라 그런가?'하고 한 시간이나 기다려본 적도 있다. 지나가던 사람이 차를 세우고 한동안 우릴 관찰하더니, '여봐! 여기선 차가 안잡혀. 종점으로 가보는게 좋을 걸'하고 말해줘서야 집에갈 수 있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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