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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비아

메디나, 3천 년 역사의 기록

☜▩^^▩☞ 2009. 10. 24. 01:00

메디나(Medina)의 한 켠에는 2천년 전에 세워진 로마유적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아치가 있다. 하지만 이 도시의 역사는 그보다 천 년을 더 거슬러 올라가 페니키아(Phoenicia) 시대에까지 다다르니 자그마치 3천 년 인류의 기록이 묻혀있는 곳이 이곳 트리폴리의 메디나다.

출처 : Google Earth
우측은 항구, 좌측은 지중해 바다다. 오른쪽 아래에 Assaraya al Hamra와 그린스퀘어가 있고, 왼쪽 아래는 시장이며 좌측에 코린티아 호텔이 자리한다.

메디나는 아랍어로 'Town'을 뜻한다. 사우디 아라비아의 이슬람 성지 메디나(Al Medina)도 같은 이름이고, 유럽에서 아프리카, 중남미, 그리고 미국에 이르기까지 Medina란 지명은 전세계에 널리 존재한다. 그 중 북아프리카 지역에서 메디나는 서구 열강들의 영향을 받아 형성된 신시가지와 구별하여 이슬람식 구시가지, 'Old City'를 일컫는 말이다.

파타타워에서 바라본 메디나의 전경. 왼쪽에 보이는 것이 코린티아 호텔이며 뒤로 지중해가 아름답게 펼쳐진다. 하지만 도시는 그렇게 아름답지 못하다.

트리폴리 메디나는 동쪽의 항구와 서쪽의 해변을 끼고 일대에서 지중해 방향으로 가장 돌출된 지역에 위치하여, 과거로부터 지중해 해상무역의 중요한 거점이 될 수 있는 지리적 특성을 갖춘 곳이다. 때문에 지중해 해상무역의 패권세력에 의해 수없이 많은 침략과 지배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현재의 외형은 스페인이 이 지역을 점령했던 16세기 무렵에 도시 전체를 요새화하면서 형성된 것이며, 메디나 전체를 둘러싸는 성곽은 오스만(Ottoman)제국 시절에 완성된 것이다.

주 출입구는 남쪽 그린스퀘어에 면해 있는데, 이 곳으로부터 메디나의 남쪽지역은 관광객의 발길을 끄는 이슬람식 전통 상품들과 금 시장이 자리하고, 그 안쪽으로는 오래된 주거지역에 해당한다. 이 곳엔 이태리식 건물이나 모스크와 같은 역사적 건물들도 더러 자리하지만, 대부분은 사람의 냄새가 묻어나는 투박하고 무질서한 주거건물의 연속이다.

내용그린 스퀘어에서 바라본 메디나 입구. 입구주변에 암달러상이 많이 있어 환전을 위해서라도 종종 찾게된다.

금요일의 모습. 금요일엔 가게들이 늦게 문을 열거나 아예 쉬기도 한다.

토산품을 파는 가게. 기념품이나 이지역 토산품을 볼 수 있다. 금요일엔 오후늦게 찾아가야 한다.

차도 다닐 수 없을 만큼 좁은 도로와, 미로처럼 이어지는 골목. 그 위를 덮는 건물과 언제쯤 무너졌는지도 모를 잔해로 이루어진 이 도시는, 그럼에도 오늘을 살아가는 주민들의 삶의 터전이 된다. 제대로 수도나 전기가 공급되는 지 조차 의심스러운 모습이지만, 골목골목 돌아가다 보면 작은 상점이나 식료품 가게, 이발소, 옷을 수선하는 작업장, 값싼 생필품을 파는 가게 등 엄연히 사람이 살아가는 공간이다. 오히려 반듯한 건물과 자동차에 점령당한 도로를 가진 현대식 도시들에 비해 훨씬 사람 사는 냄새가 나는 삶의 한복판이란 느낌이 강하다. 역시 사람의 스케일이란 8차선 도로와 높이를 알 수 없는 빌딩보단 둘이 마주쳐도 좁은 골목일까...

주거지역의 일반적인 모습. 상하수도 시설을 나중에 덧댔기 때문에 곳곳에 울퉁불퉁 솟아나와 있다.

유럽식의 건물양식이 많지만 관리가 잘 되지 않아 매우 낡았다.

간간히 있는 나무와 도저히 들어올 수 없을 것 같은데 들어와 있는 자동차

메디나는 전체적으로 주변 지역보다 고도가 높다. 원래의 지형이 그랬을 수도 있지만, 긴 세월 겪어오며 그 지리적 중요성 때문에 지금과 같이 형성됐을 가능성이 높다. 그 단적인 예가 아우렐리우스의 아치다. 본래 번화한 로터리 중심에 세워졌을 이 아치가 지금은 도시보다 한 참 아래인 땅 속에 묻혔으니 말이다. 삼천 년의 세월 동안 같은 자리에 살아오면서 침략과 재건이 반복되고, 원래의 도시가 허물어지면 그 위에 다시 도시를 세우다보니 지금과 같은 높이에 도시가 남아있는게 아닐까? 골목을 걷다 보면, 발아래 잠들어있을 유구한 역사가 눈에 보이는 허름한 도시를 압도하여 이곳이 결코 낡고 초라한 'Old City'가 아님을 말해준다.

아치를 만들고 그 위에 벽돌을 쌓아만든 오래된 시장의 지붕

메디나 안쪽에서 만날 수 있는 세공품 가게다. 많진 않지만 곳곳에 숨어있어서 보물찾기 하듯 눈앞에 나타난다.

전통양식의 거울과 생활용품을 파는 가게

토산품과 옷가지 등을 파는 시장 내부

인간은 도시는 이처럼 뭣 하나 버리지 못하고 쌓여가나 보다. 기억하고 싶은 과거도, 잊고 싶은 과거도 발 아래 고스란히 남겨두고, 그 위에 다시 내일을 쌓아간다. 그리고 그 자리에 지켜서서 자신이 살아있었음을 역사 속에 뚜렷이 기록한다. 인간의 역사란, 인간의 숙명이란 이런 것일까?

금 시장의 상점. 골목에 있는 상점들은 금요일 오후에도 문을 열지만, 금 시장 내에 있는 상점들은 금요일에 문을 열지 않는다.

금은 주로 22~23K며, 아랍문화의 화려한 특징을 살린 장신구가 많다. 가격은 우리나라의 금값보다 싸다. (국내 금 값이 19만원 정도일때 16만원이었음)

금 시장 입구의 모습.

메디나에서 시장으로 이어지는 골목의 풍경. 우리네 여느 시장골목의 풍경과 다르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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