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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비아

리비아의 물가

☜▩^^▩☞ 2009. 10. 26. 01:00

리비아에 도착해서 이곳 물가에 익숙하지 않았을 때 놀랐던 건 리비아의 빵 값이다. 이들도 주식이 빵인지라 여러가지 종류의 빵을 취급하고, 그 중에서도 사진에 보는 것과 같은 길이 한 뼘 정도의 도톰한 빵과, 길이 40cm 정도의 바게뜨, 그리고 흔히 걸레빵이라 일컫는 피자도우처럼 생긴 빵이 주종인데... 앞의 도톰한 빵은 32개 정도에 1 디나(천원 정도), 바게뜨는 16개에 1 디나, 걸레빵도 16개 정도에 1 디나씩 판다. 그렇다고 맛이 없거나 빵의 질이 떨어지는 것도 아니어서, 빵이 구워져 나오는 시간의 빵공장(곳곳에 있다)은 고소한 빵냄새로 배고픈 이에게는 천국과도 같은 곳이다.

한 뼘 정도되는 도톰한 빵. 가운데 고기와 야채를 넣어 1 디나 정도에 길거리에서 많이 판다. 식당에서 반찬삼아 그냥 주기도...

바게뜨 빵. 얇게 잘라 생크림을 발라 먹으면 그만이다.

빵집이 아니라 빵공장이라 부르는 건, 우리네 보통의 빵집과 달리 정부에서 밀가루를 지원하기 때문이다. 대수로를 통해 물 공급이 원활해지면서 리비아 곳곳에는 기존에 농사를 지을 수 없었던 땅에 대규모 농장을 만들어 밀이나 감자 등의 곡식을 재배한다. 이곳에서 재배된 곡식을 원료로 국민들의 주식을 싼 값에 공급하니 기본적인 식료품비는 굉장히 저렴하다고 할 수 있다. 특히 많이 재배되는 대추야자, 올리브, 오렌지 등은 거의 거저 먹다시피 할 정도로 흔하게 구할 수 있으니 리비아에서 굶어 죽을 일은 없을 듯 하다.

트리폴리 인근의 농장. 물을 주는 장치가 이틀에 한 바퀴 꼴로 돌면서 물을 주기 때문에 동그랗게 생겼다. 사막 한가운데도 이와같은 농장이 곳곳에 있다.

하지만 또 하나의 주식이라고 할 수 있는 고기의 경우는 약간 다르다. 주로 소비되는 고기는 양고기와 닭고기, 소고기, 낙타 고기 등인데, 낙타고기는 비싸다는 말만 들어봤고, 소고기는 많이 소비하는 고기가 아니어서 그런지 약간 싼 정도며, 양고기나 닭고기는 우리와 비슷한 정도의 가격이다. 양고기를 정육점에서 직접 구입할 경우에는 kg에 10~16 디나 수준이며, 식당에서 먹을 땐 16~20 디나 정도고, 닭고기의 경우 식당에선 구워주는 건 마리당 6 디나 정도다.

정육점. 너무 자세히는 보지 말 것. 낙타 머리에 달린 내장이 그리 좋은 볼꺼리는 못된다. 안쪽으로 양도 걸려있다.

육류를 대신해 가게에서 많이 팔리는 건 참치다. 어디가나 참치캔을 상표별로 다양하게 파는 걸 볼 수 있는데, 대부분 태국 등 동남아 산이고 간혹 리비아산이 있다. 캔 하나에 0.75~1 디나 정도로 가격도 저렴한 편이며, 어류 소비가 많지 않은 식생활을 고려할 때 아마도 정부에서 참치 소비를 장려하는 듯 했다. 입맛에도 맞는지 피자집에 가면 꼭 참치피자가 있다.

가게마다 흔히 볼 수 있는 참치. 상표는 제각각이지만 맛은 거의 같은 참치다.

이런 것들을 제외하고 외국인인 우리 입맛에 맞는 먹거리는 대부분 수입품이라 가격이 싸진 않다. 냉동식품이랄지 우유나 치즈, 초콜릿, 과자, 쨈이나 소스류 등 대부분 이탈리아나 터키, 알제리, 이집트, 동남아 등지에서 수입해오기 때문에 더 싸다거나 비싸다거나 하진 않다. 이런 먹거리와 더불어 공산품 역시 수입 의존도가 굉장히 높아 생필품이나 의류, 주방용품 등은 대부분 중국에서 수입하고, 각종 원자재나 기계류, 전자제품 등은 유럽 등지에서 수입한다. 중국산의 경우는 품질이 좀 떨어지지만 싼 편이고, 그밖엔 비싼 편에 속한다. 자동차도 100% 수입에 의존하기 때문에 우리나라보다 가격이 비싼 편이다. (한국산 차의 경우가 특히 그렇다)

수입 치즈들. 이태리 산이 많으며, 우리나라에 비해서는 싼 편이다.

그나마 기름값은 휘발유 리터당 0.2 디나(200원 정도), 경유 0.15 디나(150원 정도)로 산유국인 만큼 저렴하다. 이 때문인지 교통비도 대중교통에서 언급했듯 저렴한 편이다. 더불어 전기나 수도세도 저렴한 편이라고 한다. 또한 자국민의 경우 교육비는 대학교까지 무상교육이며, 의료비는 이슬람의 전통에 따라 공공 의료기관이 거의 무료로 운영되고 있다고 한다. 다만, 시간이 오래 걸리고 서비스의 질이 낮다는 단점 때문에 외국인들은 잘 이용하지 않는다고...

주유소의 경유 주유기. 0.150 디나라는 가격이 보인다. 경유는 똑같이 디젤(Diesel)이라 부르지만 휘발유는 특이하게 벤젠(Benzene)이라 부른다.

이 정도로 리비아의 물가를 살펴봤다. 종합적으로 보면, 기초적인 생활에는 거의 돈이 들지 않지만, 보다 나은 삶을 영위하고자 한다면 꽤 많은 지출이 예상되는 구조라고 할 수 있다.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별다른 직업 없이도 그럭저럭 살아갈 수 있는 반면, 우리 같은 외국인이 살아가기 위해선 적지 않은 지출을 감수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의 욕심이 지나친 걸까, 아니면 리비아 사람들이 세상을 모르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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