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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Hajj)와 마카(Makka) 본문
하지(Hajj) 또는 하즈는 이슬람의 축일 중 하나로, 무슬림의 다섯가지 의무 중 하나인 성지순례를 다녀오는 기간이다. 그들이 매일 기도드리는 방향인 사우디아라비아의 마카(Makka, 또는 메카)로. 물론 평상시에도 성지순례를 다녀올 순 있지만, 이 기간에 마카를 찾는 것을 더 의미있게 여긴단다.
하지는 이슬람력 12월의 7일부터 13일까지의 기간이다. 나라별로 몇일간의 공휴일을 지정해 축제기간이 되는데, 이곳 리비아는 2009년 11월 26일(이슬람력 12월 9일)부터 30일까지를 축제기간으로 하고 공식적으로는 26일 하루를 공휴일로 지정했다.
성지순례 기간이라고는 하지만, 모든 무슬림이 마카를 방문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수용인원의 한계도 있는데다, 과거 테러가 일어났던 전력도 있어 사우디에서는 매년 하지기간 마카 방문인원을 국가별로 할당한다고 한다. 전세계 무슬림이 약 14억 정도 된다고 하는데, 2008년의 성지순례객이 170만 정도였다고 하니 대략 800명에한 명 꼴로 마카를 다녀온 셈이다.
마카(메카)란 이름은 'OO의 메카'란 관용구로도 쓰이면서 우리에겐 낯설지 않은 지명이다. 하지만 주위에 무슬림이 없어서인지 몰라도 마카를 가봤단 사람은 찾아볼 수가 없다. 그 이유를 알아보니 무슬림이 아닌 사람에겐 비자가 발급되지 않는단다. 어떤 곳인지 한 번 가보고 싶었는데 말이다.
Masjid al Haram, 가운데 검은 육면체가 카바(Kaaba)다. |
마카에는 위대한 모스크라고도 불리는 마지드 알 하람(Masjid al Haram) 모스크가 있으며, 그 중앙에 모든 무슬림이 기도하는 중심점인 카바(Kabba)가 있다. 이 모스크는 세계에서 가장 큰 모스크이기도 하면서 가장 많은 첨탑(Minaret)을 가진 모스크이기도 한데, 보통의 모스크가 하나 또는 두 개의 첨탑을 가지는 것에 반해 일곱개나 되는 첨탑을 가지고 있다.
첨탑이 일곱개가 된 사연은 이렇다. 역사상 가장 강력한 이슬람 국가였던 오스만투르크가 비잔틴(동로마의 후신)의 수도인 콘스탄티노플(이스탄불)을 함락시키고, 도시 중심에 있던 소피아 대성당을 모스크로 개조하게 되는데, 이때 사방에 첨탑을 세워 네 개의 첨탑을 가진 모스크가 탄생했다. 그런데 그 직후 그들의 힘을 과시하기라도 하듯 바로 앞에 더 크고 웅장한 모스크(Sultan Ahmed Mosque, 속칭 블루모스크)를 건립하기에 이르는데 이 곳에 여섯 개의 첨탑을 세우게 된다. 이렇게 하고 보니 그들의 성지인 마카의 모스크와 첨탑수가 같아져 결국 오스만투르크의 술탄은 하람에 첨탑을 하나 더 만들게 됐단 것이다.
직접 가보지 못했으니 어떻게 생겼는진 글을 통해 들을 수 밖에 없지만, 검은색 육면체 형태인 카바 안에는 별다른 상징물이 없다고 한다. 다만 카바의 동쪽 모서리에 하늘에서 내려왔다는 검은 돌이 하나 있는데, 선지자 무함맏이 이 돌에 입맞추고 기도했다 해서 성지순례기간 순례자들은 이 돌에 (직간접적으로) 입을 맞추고 기도를 하게 된다.
사실, 마카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건 이슬람의 성지여서가 아니라 전공인 건축때문이었다. 건축구조가 업이다보니 여러가지 건축구조물들에 관심을 두고 있는데 그 중 하나가 고층빌딩 목록이다. 아다시피 현존 세계 최고의 건축물은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의 부르즈두바이(Burj Dubai, 818m)다. 그 밑으로 대만의 타이페이101(Taipei101, 509m)이 있고, 상하이의 월드파이낸셜센터(Shanghai World Financial Center, 492m)가 있다. 그런데 건설중인 건물중에 2위를 예약해 놓은 건물이 있으니, 바로 마카의 아브라즈 알 바이트 타워(Abraj al Bait Tower, 595m)가 그것이다. 물론 이것은 2010년의 이야기이고 몇 년이 지나면 순위는 또 바뀔 예정이긴 하지만 말이다.
출처 : Wikipedia, 저자 : Saudi BinLaden Group |
2010년 완공 예정으로 한참 공사중인 이 건물엔 세계에서 두번째로 높은 건물이란 타이틀 외에 연면적이 세계에서 가장 큰 건물이란 타이틀도 붙을 예정이란다. 150만평방미터, 약 45만평이다(코엑스몰의 13배 규모이며 두바이공항 제3터미널보다 약간 크다). 주 용도는 성지순례객을 위한 호텔인데, 위치는 하람사원의 바로 남쪽이며, 7개의 타워가 사원을 향해 팔을 벌리고 있는 형태다. 꼭데기엔 사방으로 세계에서 가장 큰 시계(직경80m)가 장식될 예정이란다.
이슬람 최고의 성지인 이곳에 너무 상업적이며 거대한 건물이 들어선다는 게 선듯 납득되지 않지만, 아랍권의 수많은 왕족들과 매년 100만이 넘는 참배객이 다녀간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정도 규모의 숙소가 필요하단 점에서는 어느정도 이해가 되기도 한다. 결국 신성(神聖)이란 것은 인간이 만들어가는 것일까? 세계에서 가장 어떠어떠한 것들을 덧붙여가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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