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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은행에서 생긴 일 - 해외에서 보안카드 일시정지 해체하기 본문

리비아

국민은행에서 생긴 일 - 해외에서 보안카드 일시정지 해체하기

☜▩^^▩☞ 2009. 12. 13. 01:00

11월 초, 인터넷 뱅킹을 이용하던 중 어떤 이유에서인지 보안카드 비밀번호 3회 오류가 발생했습니다. 저야 스스로 잘못한게 없고, 뱅킹 사이트에 문제가 있었다라고 지금도 굳게 믿고 있지만, 어쨌든 상황은 발생했고 그때부터 조회는 되지만 이체 등의 거래가 정지되버렸습니다.

이곳 리비아는 인터넷 사정이 좋지 않아 사용이 뜸한 시간대 - 한밤중이나 새벽에 인터넷 뱅킹을 주로 이용하게 됩니다. 특히 이런 상황이 발생하면 은행 업무시간과 맞추어야 하기 때문에 새벽 2시(한국시각 오전9시)에서 오전 9시(한국시각 오후4시) 사이에 일을 봐야하죠.

다음날 새벽에 국민은행으로 전화를 했습니다. 친절하게도 해외전용 상담 전화번호라는게 있습니다만, 물론 무료는 아닙니다. ㅡㅡ;

"보안카드 비밀번호 3회오류로 이용이 정지됐습니다."
"가까운 영업점으로 신분증 지참하시고 방문해주시면 바로 처리됩니다, 고객님"
"저 여기가 해외라서요...(해외전용 상담 전화번호라더니...)"
"그러시면, 해외에 체류하고 있다는 사실을 입증할 수 있는 서류와..."

바로 해결이 되지 않으니 일단 내용은 잘 메모하고, 다시 국민은행 사이트에 들어가 고객상담메일을 보냈습니다. 다음날 자세한 안내메일이 상담원이 설명해준 내용과 동일하게 배달되 왔습니다.

(혹시 비슷한 경우를 당하신다면 아래 내용을 참조하시죠)
- 전자 금융거래 신청서 (보안카드 이용제한을 해제해달란 신청란에 표기)
- 해외거주사실여부 확인서류 (재외국민등록부, 출장증명서, 출입국여권기록 중 하나)
- 실명증표 사본 (여권사본)
- 대리인 실명확인증표 (대리인이 접수할 경우, 우편접수도 가능합니다)

전자 금융 거래신청서 양식은 인터넷에서 다운받고, 해외거주사실여부 확인서류는 여권의 출국기록란과 리비아 입국기록란을 복사, 실명증표 사본은 여권사본을 준비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처리해야 할 것은, 전자 금융거래 신청서에 대사관 또는 영사관의 확인을 받아오란 것이었습니다.

국민은행에서 온 메일입니다.

번째 난관은 바로 이것입니다. 저야 트리폴리에서 비교적 가까운 도시에 머무르고 있어 어렵지 않게 대사관을 찾아갈 수 있었습니다만, 만약 1,000km 떨어져있는 지방도시나 사막 한가운데 있었다면 대사관 한 번 찾아가기가 여간 힘든게 아닐겁니다. 이건 뭐 인터넷뱅킹을 포기하란 얘기나 다름없죠.

대사관으로 찾아갔습니다. 창구에서 바로 처리될 줄 알았는데 영사를 직접 면담해야 한다고 30분정도 기다려 난생 처음 영사란 분을 뵙고 짧은 대화도 나눴습니다. 그러더니 서류에 큼지막한 도장을 찍어주더군요. '영사 ○○○의 면전에서 본인임을 확인하였음' 대충 이런 내용입니다. 수수료를 받는데 달러로 받습니다. 이런 일이 처음이라 준비못했는데 마침 지갑에 5달러 지폐가 있어 간신히 처리했습니다.

이어지는 두번째 난관은 우편문제입니다. 리비아의 우편체계는 신뢰도가 상당히 낮습니다. 주소체계가 없어 수신은 사서함으로만 되는 형편이죠. 그나마 발신은 원활하다니 다행이지만, 언제 배달될지 믿음이 안가긴 마찬가지 입니다. 그래서 인편에 보내기로 했죠. 한국으로 휴가를 가는 사람을 통해, 한국에 도착하면 집으로 보내달라...

결국 보름정도의 시간이 흘러 서류를 무사히 집까지 보냈습니다. 이제 세번째 난관에 부딪히는데요, 집사람이 서류를 챙겨서 은행에 갔을 때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은행 직원도 난생 처음 접하는 업무라 어떻게 해야 하는 지를 전혀 몰랐던겁니다.

안그래도 그럴 것 같아서 국민은행에서 보내준 안내메일을 맨 앞에 첨부해 보냈습니다만, 이 직원 몇군데 전화해보고 지점장이랑 얘기해보고 하더니 난데없이 인감증명서와 본인의 목소리 녹취가 필요하다고 얘기했다는 겁니다. 아니 이런, 저의 경우 가족이 방문했으니 인감증명서를 발급받는 것도 문제는 없다고 하지만, 회사로 보내 처리한다거나 이런 일을 부탁할 마땅한 가족이 없는 경우의 사람은 어떻게 하라고...

그래도 저희 집사람, 순순히 인감 챙겨서 인감증명서 발급받아 은행으로 다시 찾아갔다 합니다. 저는 또 그 시각에 맞춰 새벽 3시부터 일어나 전화 대기상태에 들어갔습니다. 그런데 막상 다시 찾아가니 담당직원 한술 더 뜹니다. 해외거주사실여부 확인서류로 재외국민등록부, 출장증명서, 여권기록 세 가지를 다 달라는 겁니다. 게다가 여권 원본까지 내놓으라고 했답니다. 도대체 제정신인지...

대목에서 조용하고 착한 집사람 난생처음 은행에서 버럭했습니다. 결국 제가 보내준 서류 외에 인감증명서 같은 서류는 필요없었고, 처음 겪는 일이라 업무파악이 안되서 벌어진 해프닝이었습니다. 아마 그 직원이 '보안카드 이용정지 해제'와 '보안카드 재발급'을 혼동한 듯 합니다. 은행장까지 나와서 사과해주시고...

은행 문 나서는데까지 전부 쫓아나와 인사받으며 난생처음 VIP고객 대접받았답니다. '인감증명 발급수수료도 물어내라고 하지 그랬냐'고 했더니 '선물로 달력 받았'답니다. ㅋㅋ 해외생활 하다보니 이런 경험도 하게 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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