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취미 그리고 잡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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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 리비아까지는 알다시피 육로로도 연결이 가능하다. 북한과 중국을 거쳐 중앙아시아, 중동, 아프리카로 연결된다. 직선거리로 10,000km 정도되니 하루에 500km 씩만 가도 한 달이면 충분히 닿을 수 있는 거리다. 멀다. 하지만 그 과정을 음미할 수 있다면, 평생 잊지못할 멋진 여행으로 기억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현대의 사람들은 그럴 여유를 갖지 못한다. 목적지에 얼마나 빨리 도착할 수 있는지에 관심을 가질 뿐이다. 그래서 비행기를 타고 날아가는 시간이 지루하게 느껴진다.
같은 비행기라도 생텍쥐페리가 타던 비행기, 미야자키가 그리던 비행기는 지금의 우리가 타는 비행기와는 너무 다르다. 그들은 하늘을 날아가는 자유를 느끼며, 동시에 하늘에서 우리가 사는 세상을 내려다 보는 즐거움을 누리며 비행했지만, 현대의 비행기는 너무 높고 빠르게 날아간다. 창 밖을 봐도 구름이나 아득히 보이는 어디쯤 뿐이다. 그래서 비행의 시간이 그저 지루하고, 그 시간을 메우기 위해 잠을 청하거나 항공사에서 제공하는 영화나 간식으로 무료함을 달랜다.
한국에서 리비아로 날아가는 항공사는 생각보다 많다. 물론 모두 직항은 아니고 그들의 본거지를 경유해 연결한다. 에미리트항공(아랍에미리트, 두바이), 카타르항공(카타르, 도하), 터키항공(터키, 이스탄불), 루프트한자(독일), 알리탈리아(이탈리아), 브리티쉬에어(영국) 등. 하지만 매일 양쪽을 운행하는 건 에미리트 뿐이다. 카타르와 터키는 일주일에 네 번만 운행한다. 유럽 항공사들은 그나마도 연결이 애매하다. 때문에 대부분의 우리나라 사람들은 에미리트 항공을 통해 리비아로 날아간다.
두바이를 거쳐 리비아까지, 약 10,000km정도 된다. |
에미리트 항공의 인천공항 출발시각은 밤 11시 55분이다(카타르나 터키도 시각은 비슷하다). 너무 높게 또 빨리 날아가지만 내가 처음 바라보게 될 세상을 그나마도 어둠으로 가려버리게 되는 시각인 것이다. 하지만 만약 당신이 이 비행기를 타게 된다면, 너무 실망하지 않기를 바란다. 대부분의 승객이 잠들어 있을 시간에 창 밖으론 비행기에서만 볼 수 있는 멋진 밤의 풍경이 기다리고 있으니 말이다.
혹시, '난 리비아에 갈 일이 없다'라고 하더라도 당신이 저 비행기를 탈 확율은 높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항공사는 미국의 항공사들이지만, 미국 국내선을 제외하면 순위권 밖으로 밀려난다. 거기에 유럽처럼 옆 동네도 국제선이 되어 버리는 경우까지 감안하여 이른바 '국제선 승객의 총 수송거리(승객수 x 비행거리)’를 보면 에미리트 항공은 세계 4위의 항공사이기 때문이다. 그나마도 1~3위는 '에어프랑스', '루프트한자', '브리티쉬에어'니 중동, 유럽, 아프리카로 떠나게 된다면 이용할 확율이 꽤 높다는 것이다.
참고 삼아 한가지 더 적어보면, 화물의 총 수송거리(화물무게 x 비행거리)의 순위는 어떻게 될까. 여러분도 익히 아는 국제항공화물 FedEx 와 UPS가 1~2위를 다툰다. 하지만 이 역시 미국 국내화물을 제외하면 우리의 대한항공이 몇 년째 1위를 고수하고 있다는 걸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나중에 항공사, 항공권 그리고 공항에 대한 포스트를 한 번 써볼 예정이다.
앞서 말했던 밤의 풍경을 위해, 겨울에 여행할 것을 추천한다. 물론 다른 계절이라도 상관 없지만 겨울의 밤풍경이 특히 아름답기 때문이다. 인천공항을 이륙한 비행기는 한 시간쯤 지나 중국 베이징 상공을 지나간다. 이때 눈썰미가 좋은 사람은 베이징 국제공항이나 올림픽 경기장을 불빛으로 식별할 수 있을 것이다. 그로부터 다시 다섯 시간 정도가 지나면, 비행기는 바로 히말라야 산맥 위를 날아가게 된다.
그곳은 인도와 파키스탄의 경계 어디쯤으로, 보다 구체적으로 얘기하면 캬슈미르 지방의 카라코람(Karakoram) 산맥이다. 이곳엔 K2(8,611m)와 낭가파르밧(8,126m)를 비롯해 7~8천 미터를 넘는 거대한 산들이 펼쳐진 대 자연의 한복판이다. 내가 어떤 자격으로 이 웅장한 산들을 발아래 내려다볼 수 있을까. 달빛으로 하얗게 날이 선 능선들과 봉우리들, 그리고 그 규모를 알 수 없는 계곡들까지. 계곡 깊숙히 조그마한 불빛으로 그곳에도 사람이 살아가고 있음을 알려주지만, 자연의 거대한 모습에 비해 정말 작고 미미한 불빛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나는 이 감동을 카메라에 담지 못하고 기억 속에만 간직해야 했다. 어떤 매체로도 그 감격을 다 기록하지 못했으리라는 걸 알지만, 그래도 아쉬움이 남는 순간이다.
구글어스의 힘을 빌려 묘사한 카라코람의 야경 |
에미리트 항공을 이용하면 두바이에서 한국으로 돌아오는 길에도 같은 지역을 볼 수 있다. 다만, 가는 길에는 한밤중이지만 돌아오는 길은 해가 떠오를 무렵이니 그 감동은 또 다를 것이라 생각한다. 그 감동의 일부를 동영상으로 남긴 기록이 있어 링크를 걸어둔다. 여러분도 잠깐 감상해보시기 바란다.
히말라야를 뒤로하고 아프가니스탄 국경을 따라 세 시간 쯤 더 지나면, 아직 동이 떠오르기 전의 두바이에 도착하게 된다. 현지시각 새벽 4시 반. 이제 이슬람 땅에 발을 들여놓게 되는 것이다.
나는 이런 이유로 인해 장시간의 비행에도 창가 자리를 좋아한다. 물론 비행경험이 많은 사람들은 장시간 비행에 따른 불편함 때문에 통로쪽 좌석을 더 선호하기도 한다. 창가에 앉아있다 보면 잠든 사람을 깨우기가 미안해 화장실을 간다거나, 잠깐 일어나서 스트레칭을 한다거나 하기가 많이 불편한 건 사실이다. 하지만 기내식이 나온다거나 하는 짬에 급한 볼일을 해결하고 나면, 내게는 창문 밖 세상을 바라볼 수 있는 창가자리가 아직 매력적이다.
요즘 항공사들은 미리 인터넷으로 좌석을 지정할 수 있게 하는 경우도 있으니 그럴 땐 주저 없이 맨 뒤쪽 창가. 뒤쪽이 좋은 건 시야에서 날개를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좀 더 여유가 있어 퍼스트나 비즈니스석을 구한다면 더 없이 좋겠지만, 대부분의 이코노미석은 창밖으로 날개가 시야를 많이 가리기 때문에 뒤쪽으로 갈수록 시야가 좋아진다. 기종에 따라 항공사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말이다.
에미리트 항공 인천-두바이 노선의 비행기는 현재 보잉 777-300ER이다.
두바이에서 리비아로 가는 비행기 기내, 기종은 777-300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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