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비아 입국 준비물

공식적인 준비물은 사증면제협정이 체결되지 않은 다른 나라들과 마찬가지로 '사증(비자)'이다. 두바이 공항에서 리비아행 비행기에 탑승할 때부터 비자의 유효여부를 체크한다. 그 외에 입국에 공식적으로 필요한 체크사항은 반입금지물품. 리비아는 이슬람 국가이기 때문에 술과 돼지고기가 금지되어 있다. 같은 이슬람국가라도 술 또는 돼지고기가 허용되는 곳이 있는 반면 리비아는 불행히도 그렇지 못하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사람들은 술과 돼지고기를 포기하지 않는다.

에미리트 항공의 이코노미석 수화물은 근래 30kg까지 허용된다. 장기간 출장이나 여행을 다녀본 사람은 알겠지만, 일반적으로 적용되는 20kg의 수화물은 생활에 필요한 여러가지를 모두 준비하기엔 턱없이 부족한 용량이다. 때문에 긴요한 물품들로만 정리하고, 작고 무거운것들은 기내수화물로 들고타기 마련이다. 그래서인지 에미리트 항공의 +10kg은 정말 요긴하다.

트리폴리 공항은 아프리카에서 제일 부유하다는 리비아의 위상에 비해 너무 낡고 초라하다. 2차대전을 전후로 공항이 세워지고, 지금의 공항터미널은 1978년 세워진 것인데, 벌써 30년이나 됐으니 우리나라의 김포공항(현재 국내선 청사, 1973년 준공)만큼이나 오래된 건물이다. 더구나 요즘은 신공항 건설로 인해 국내선까지 겸하고 있어 매일 시장바닥처럼 어수선해진다. 그 때문인지 입국시 통관은 참 허술하다.

돼지고기, 특히 햄이나 베이컨 류의 가공육은 허술한 통관대를 고려할 때 거의 적발(?)될 염려가 없다. 술 역시 마찬가지인데 한 눈에 봐도 술임을 알 수 있는 포장 보다는 팩이나 페트병 형태의 포장일 때 적발(?)의 염려가 없다. 실재로 많은 사람들이 그런 방식으로 돼지고기 햄과 소주를 반입하고 있다. 그러나, 100% 안전한 건 아니니 만약 적발되더라도 나를 탓하진 말길 바란다.

becks non-alcoholic by Pig Sty Avenue Beck's의 무알콜 맥주. 이외에도 꽤 많은 유명 맥주제조사들이 이슬람국가, 청소년, 임산부를 대상으로 무알콜맥주를 제조, 판매하고 있다. 각종 과일맛 무알콜 맥주가 참 많은데, 똑같은 맥주맛이라도 알콜의 허전함이 있기때문에 약간의 과일향으로 그것을 대체하려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사과, 딸기, 배, 레몬, 망고, 라즈베리 등등.

왜 적발의 위험에도 불구하고 돼지고기와 소주를 이처럼 중요하게 이야기하는가? 그건 지금부터 며칠 동안만 돼지고기를 함유한 음식을 피하고, 술도 끊어보면 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내가 딱히 돼지고기를 사랑하거나 술을 즐기지는 않지만, 알게모르게 접하면서 지내다 갑자기 끊으니 다른 어떤 음식보다 그리움이 앞서기 때문이다.

사실, 입국과정에서 술이나 돼지고기보다 위험한 건 별도 포장된 박스다. 특히 겉으로 상표나 문구가 드러나는 박스는 압류의 가능성이 상당히 높아진다. 실재 주위에서 여러가지 물품을 압류당했는데, 대부분이 박스 포장으로 짐을 들고 들어오다가 당한 것들이다. PC(왜 노트북 놔두고 PC를 가져왔을까?), 레이저프린터 토너(여기 토너가 좀 비싸다), 노트북(깨지지 말라고 누군가가 박스로 잘 포장했다) 등 고가의 물품이라 나중에 세금과 보관료 등을 내고 찾으러 다녀야 했다.

IMG_3405.JPG by duimdog 트리폴리 공항의 출국장 사진. 저작권 문제로 Flickr 이미지를 쓰다보니 마땅한 사진이 없어서 고른것이니 이해해주기 바란다. 출국장이라고 부르기도 민망한게 공항터미널의 오른쪽이 입국장, 왼쪽이 출국장이고 그나마도 국내선과 국제선의 구분이 없으니 그렇다. 그나마 새로운 공항을 지금 건설중에 있으니 머지않아 리비아의 첫 인상이 많이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리비아 주재 한국 대사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