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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비아

차에 타기가 무서워

☜▩^^▩☞ 2009. 10. 6. 21:34

공항에 도착해서 차를 타고 숙소로 이동하며 얼핏 보니, 리비아 사람들 운전문화가 좀 거칠다. 도로 포장상태가 그리 좋아 보이지 않는데 있는 힘껏 달리는 차들이 많다. 그 사이로 유턴을 감행하는 차가 있는가 하면, 역주행하는 차까지 있다. 길 건너편에 있던 차가 갑자기 이쪽 편으로 길을 건너기까지 한다.

'이거 꽤 터프한데~'

지금이야 이런 리비아의 운전문화(?)에 어느 정도 적응해서인지 그들 나름의 교통질서라 생각하고 다니지만, 처음 마주한 도로는 꽤나 위험해 보였던 게 사실이다. 좀 이상하게 들릴지 몰라도, 모두가 이 정도의 운전실력이라면 이런 방식도 그렇게 위험하진 않겠단 생각 마저 든다. 이들의 운전실력(?)을 높게 평가하는 건, 지금까지 보아온 많은 운전자들이 자기 차의 크기를 너무도 정확히 이해하고 있다는 데서 비롯되는데, 자로 잰듯 좁은 틈으로 빠져 다니며 핸들링하는 걸 보면 가끔씩 감탄사가 절로 나오게 된다.

리비아의 간선도로

간선도로 풍경. 이 구간은 도로 가운데에도 비포장 구간이다. 편도 2차선인데 차선의 흔적을 찾기는 어렵다. 리비아의 운전자들이 한국에 비해 잘 지키는게 하나 있는데, 바로 주행차로와 추월차로다. 독일만큼은 안돼도, 자기보다 빠른차가 뒤에서 접근하면 오른쪽으로 틀림없이 양보한다. 때문에 무서운 속도로 달리는 차는 있어도 '칼질'하는 차는 거의 없다.

도시와 도시를 잇는 주요 간선도로는 왕복 4차로로 보통 가운데 중앙분리대가 낮게 자리한다. 주요 교차로엔 신호등이 있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교차로를 두는 대신 일정구간마다 유턴을 할 수 있게 중앙분리대에 틈을 두고 있다. 때문에 원하는 목적지를 찾아가기 위해선 다음 유턴구간까지 차를 몰고 가야 하는데, 신호등이 없다 보니 유턴하는 차를 볼 때마다 자주 아찔한 순간을 보게 된다. 그나마 길 양옆으로는 넓은 비포장 구간이 있어 갓길 역할을 하는데, 도로 확장을 위해 공간을 확보한 것처럼 넓은 구간이 마련되어 있다. 이곳은 참 다용도로 활용되는데 보통은 주차공간으로 쓰이며, 도로공사 중엔 우회도로로, 길이 막힐 땐 얌체운전자들의 도로로 활용된다. 또 경우에 따라선 역주행 차로로도 이용되니 다용도 완충공간이라 하겠다.

리비아의 지방도로

지방도 쯤 된다. 왕복 2차로 쯤 되는데 차선은 없다. 도로 양 옆으로 도로 폭 만큼의 비포장 구간이 있어 주차장 등의 용도로 쓰인다.

사실 많은 리비아의 운전자들이 차선이나 중앙선을 잘 안지키는 경향이 있다. 시내에서도 차선을 무시하고 다니기는 보통이고, 급하면 중앙선도 마다 않고 넘어다니기 일쑤다. 그럼에도 반대편 차들은 잘만 피해 다닌다. 도로 사정이 좋지 않은데다 근래 차량 수가 급격히 늘어나 트리폴리 시내 같은 경우는 길이 막히는 일이 잦은데, 이땐 2차로의 도로를 차들이 여기저기 밀고 들어와 4차로로 만들어 버리기도 하고, 심지어는 중앙선 넘어까지 차지해 어이없는 정체를 만들기도 한다.

한번은 시내에서 한 시간도 넘게 제자리에 꼼짝 못하고 갇혀있던 적이 있는데, 이유인즉 길이 잠깐 막히는 사이 반대편 차로까지 차들이 밀고 들어가 서로 마주보고 오도가도 못하는 상황을 초래한 것이었다. 좁은 골목에서나 벌어질 상황이 도심 대로에서 벌어졌으니 참 기가 막힐 노릇이다.

리비아 사람들은 대체로 서두르는 법이 없다. 약속시간을 지킨다거나 일을 빨리 마무리하기보단 '인샬라(하느님의 뜻대로)'를 말한다. 이처럼 평소에 느긋하던 사람들도 운전대를 잡으면 왜 그렇게 조급하게 변하는지, 신호등 앞에서 초록불로 바뀌면 여기저기서 '빵빵'대며 난리가 아니다. 자동차는 사람을 조급하게 만드는 마력(魔力)이 있는가 보다. 하긴 모든 엔진에 마력(馬力)은 있다.

시내 교차로

도심 교차로의 모습. 큰 교차로는 대게 로터리인데, 이곳은 신호등까지 갖춘 사거리다. 신호등이라곤 하지만 눈에 잘 띠지도 않고 통행량이 적으면 잘 지키지도 않는다. 아스팔트는 꽤 맨질맨질해 보이는데 도로의 포장상태는 비교적 괜찮은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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